완벽한 외모, 완벽한 위치, 완벽한 재산, 누가 봐도 완벽한 모습을 보이는 박연진의 남편 하도영, 그런데 이렇게 완벽하기만 한 하도영이 대체 왜 박연진 같은 여성과 결혼한 걸까?
드라마 더 글로리의 정황상 박연진의 어머니는 무속인과 비리 경찰을 끼고 불법적인 일로 재산을 축적하고 있는데 이러한 집안과 하도영이 결혼했는지 좀처럼 잘 납득이 되지 않는다.
혹시 하도영이 박연진과 결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은 아닐까? 여하튼 하도영에게 있어 이 결혼은 사랑이 있어서 한 것이 아닌, 그에게서 필요한 어떤 조건을 충족하기 위한 결혼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드라마에서 비서가 하도영에게 잠시 우산 맡기고 조수석에 있는 비서실에서 챙겨 드리라는 와인을 꺼내는 장면에서 고급와인을 그냥 비서에게 줘버리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하도영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취하고 필요 없는 것은 과감하게 버리는 성격이다.
그보다도 감히 자신에게 우산을 들게 해 폰으로 하고 있던 업무를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을 더 언짢아하는 듯해 보이기도 했다.
드라마 다음 회부터 기사가 보이지 않게 되며 이후 하도영이 직접 운전을 하는 장면이 계속 나오는데 이는 자신에게 우산을 들게 한 기사를 해고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필요에 의해 계산적으로 움직이는 하도영은 그의 결혼에 있어서도 이렇게 정확하고 깔끔한 계산이 깔려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리고 선을 3번이나 보고도 왜 굳이 자기를 골랐냐는 박연진의 물음에 하도영은 박연진이 모두 명품인 디올을 세트로 입고 있었기 때문이라 말하는데 이는 눈으로 보여지는 조건을 그 무엇보다 중요시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또한 박연진의 직업이 다른 이들에게 좋게 보여지는 직업인 기상캐스터인 점도 마찬가지 맥락에 있다. 비흡연자인 하도영이 생각하는 박연진의 한 가지 흠은 흡연을 한다는 것인데 그럼에도 하도영은 박연진을 배우자로 선택했다.
흡연에 대해서도 하도영은 ‘그것 말고는 미학적으로 깔끔하기 때문’이라 말하는데 이 역시 본질은 중요하지 않고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떻게 보이느냐’인 것으로 이를 통해 하도영이 언제나 완벽을 추구하는 진짜 완벽남이 아닌, 실제 완벽이라는 본질 그 자체보다는 그저 어떻게든 완벽해 보이는 것만을 중요시하는 인물인 것을 알 수 있다.
만약 그가 실제 완벽한 사람이라면 흡연자인 박연진은 애초부터 선택을 받지 못했겠지만 다른 이들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보이지만 않는다면 다른 이들에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보여지는 박연진의 조건이 계산상 훨씬 하도영이 추구하는 가치에 부합될 수 있었기에 박연진이 담배를 피우는 것 따윈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박연진이 정말로 사랑하는 여자가 아닌, 단지 자신을 완벽해 보이게 하는 도구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녀의 노력으로 인한 성취 따위는 애초부터 관심도 없고 한 달 광고비 2억 2천이라는 거금을 들여 기상캐스터 자리를 빼앗기지 않게 해주는 이유는 아름다운 박연진의 모습이 매일 TV에 나오는 것 자체가 하도영에게도 외부적으로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하도영은 그렇게 완벽해 보이는 것에 집착하는 걸까? 이는 하도영의 출생과 관련 있을 듯싶다. 하도영은 재평 건설의 회장이 아닌 사장이라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는 아닐 것으로 짐작된다.
그 이유는 전재준의 골프장에서 그와 친한 회원이 신규 회원으로 받아달라고 데려온 한 중년여성(하도영의 어머니)을 소개하는 장면에서 이 여성의 아들이 재평 건설 사장이라고 소개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보통 잘나가는 사람을 소개할 때 그 사람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소개하는 것이 대부분인데 재평 건설의 사장이 아들이라고 소개하고 있는 부분이 조금 의아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렇듯 본인이 아닌 아들의 위치로 소개한다는 것은 정작 본인은 무언가 내세울 위치가 아니란 것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만약 그녀가 재평 그룹 본가의 사모님이었다면 전재준은 회원 가입 심사도 보지 않고 바로 회원으로 모셨을 것이다.
또한 하도영의 어머니는 재평 그룹 회장의 본처가 아닌 첩인 것으로도 유추해 볼 수 있다. 만약 그렇다면 여기서 태어난 하도영은 본가 식구들에게 온갖 멸시를 당하며 살아왔을 테고 그들에게 무시당하지 않게끔 언제나 완벽하게 보이는데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아왔을 것이다. 즉, 자신의 태생이 완벽한 정통이 아니기 때문에 그 본질보다는 남에게 어떻게 보이는지에 더 집착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예솔이의 배냇저고리로 퍼스트 구찌를 선물하는 하도영의 어머니, 베이비시터는 이에 대해 딱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혼자 넘겨짚으며 자신을 비웃었다며 베이비시터를 해고하는 장면 또한 평생을 첩으로 살아온 것에 대한 자격지심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몇 번 입지도 않을 배냇저고리를 굳이 구찌로 하는 것 역시 하도영이 전부 디올로 입은 박연진이 마음에 들었던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박연진은 흡연자에다 성격도 포악하며 막대한 재산도 옳지 못한 방법으로 축적한 집안의 딸이다. 하지만 겉보기엔 너무나 아름답고 멋지며 깔끔하게 잘 사는 유복한 부잣집 딸로 보여진다.
박연진이 적당히 조건 좋은 남편감으로 하도영을 선택했듯, 하도영 역시 적당히 남들에게 괜찮게 보이는 박연진을 필요에 의해 선택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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