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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l opinion

가뭄 때문에 물 부족 비상사태를 선포한 미국!

by 1972 trist 2022. 5. 16.

american home lawn
아파트를 제외한 미국의 단독 주택은 대부분 잔디를 가지고 있다.

 

잔디밭을 아름답게 가꾸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물이 필요하다. 잔디는 수분에 민감한 식물이라 적절한 양의 물을 꾸준히 공급해 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잔디밭을 가꿀 때 같은 면적의 수영장 유지하는 것만큼 물이 많이 든다.

 

이렇게 많은 양의 물을 쏟아 부어 기른 잔디가 어느 정도 자라면 또 깔끔하게 잘라 다듬어주어야 한다. 잔디를 자르거나 다듬지 않고 방치하게 되면 벌금까지 문다. 물론 미국에서 말이다.   

 

오로지 미관을 위해 많은 양의 물을 사용하고 기르고 자르고를 반복해야 하는 잔디는 솔직히 사치 그 자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사치스러운 잔디를 집집마다 거의 필수적으로 키우는 미국, 그러므로 잔디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부유함을 나타내는 상징이자 자존심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미국 서부의 주들은 이 자존심과도 같은 잔디를 하나둘씩 포기하고 있다. 사실 미국 서부는 오래전부터 가뭄에 시달려 왔다. 몇 년 전 캘리포니아에서는 사금 채취가 유행이었는데 강물이 말라 바닥이 드러나면서 너도나도 사금을 캐러 모여든 것이다. 그런가하면 흐르는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연어가 물이 말라 헤엄치지 못하게 되면서 인간이 연어를 강 상류로 옮겨주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금방 끝날 줄 알았던 가뭄이지만 지금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가뭄에 미국 최대 저수지 ‘미드 호수’가 말라버리면서 사람이 사용할 물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역사상 최악의 가뭄에 시달리는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주는 급기야 ‘물 부족 비상사태’를 선포하기에 이른다. 사람이 사용할 물도 없는 마당에 당연히 잔디한테 줄 물도 없으니 본격적으로 잔디를 규제하기 시작한 것이다.  

 

Lake Mead dried up by drought
기후변화로 인한 계속되는 가뭄 때문에 바싹 말라버린 미국의 미드 호수.

 

오는 6월 1일부터 LA, 벤투라, 샌버나디노 등 캘리포니아 주 남부 도시에서는 잔디에 물을 주거나 세차를 하는 등의 야외에서 물을 사용하는 활동이 일주일 중 하루만 허용되고 비가 오고 48시간이 지나기 전까지는 잔디 스프링클러 가동이 금지된다. 이를 어기게 되면 하루 최대 500달러 한화로 약 63만원의 벌금이 부과되는데 몇 년 전부터 잔디에 물을 주는 횟수와 시간에 따라 벌금을 부과해 오면서 물 사용량 감소 효과를 본 켈리포니아 주 가 좀 더 엄격하게 제한선을 올린 것이다. 

 

서부의 다른 주도 비슷하다. 콜로라도 주에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잔디에 물주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며 위반 시 최대 1,000달러(한화 약 127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유타 주는 미국의 자존심인 잔디를 정말 포기하려는 듯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사용이 금지되었던 인조 잔디가 합법화되면서 머지않아 자연산 잔디를 모두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네바다 주는 아예 잔디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잔디 구장처럼 용처가 있는 잔디를 제외한 ‘비기능 관상용 잔디’를 불법화하는 법안이 통과되면서 2027년까지 모든 관상용 잔디가 제거 될 예정이다. 

 

 

이렇게 세계 초강대국의 문화마저 바싹 말려버린 이 극심한 가뭄의 원인은 역시 기후변화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가뭄은 적은 강수량 때문이지만 기온 상승 역시 토양과 대기의 수분 증발을 촉진하면서 가뭄을 심화시킨다. 미국 민관 합동 연구 프로젝트인 ‘미국 가뭄 모니터’ 연구팀이 인간 활동과 기후변화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미국 서부 대가뭄의 원인 중 무려 42%가 인간 활동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인간 활동으로 인한 기후변화의 영향이 없었다면 이 가뭄은 높은 확률로 2006년쯤에 끝났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연구팀은 미국 서부 지역의 55%를 가뭄 상태로 분류했다. 단순하게 산술적으로만 따져봤을 때 미국 영토에 ¼ 이상이 가뭄 상태라는 것이다. 미국이 가진 기술력으로도 피할 수 없었던 기후변화의 역풍이 결국 한 나라의 오랜 문화까지 파괴하는 모습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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