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있었던 대선 토론에서 갑자기 ‘RE 100’ 이라는 용어가 나와서 논란이 일었다. RE 100은 Renewable Energy 100, 즉 기업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자는 기업 간의 국제적 약속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니까 일종의 친환경 프로젝트의 슬로건일 것인데 그러나 실제 내용물은 없는 속빈 강정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튼, 이것은 친환경 재생에너지 관련 프로젝트이고 미국의 유명 대기업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역시 실제로는 그냥 보여주기 식 이미지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많이 나오고 있다.
RE 100 프로젝트의 출발은 2014년부터 시작되어 왔으나 그것에 관한 구체적인 진척사항이나 관련 기업의 프로세스나 결과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 이유는 뻔하다, 왜냐하면 기업의 태생적으로 영리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경제/사회에 관한 상식이 있다면 사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신재생에너지와 친환경 등을 운운한다는 것 자체가 망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한번 가정을 해서 가까운 미래인 2030년을 상상해 보자. 그때 즈음이면 신재생에너지로 전 세계 대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에너지의 100% 수급이 가능해 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렇다면 그 기업들이 만들어내는 신재생에너지는 과연 공짜일까? 공짜가 아니라면 지금보다 비교적 저렴할까? 과연 기업의 입장에서 이윤을 포기하고 제품이나 상품을 판매할 수 있을까? 모르긴 몰라도 그렇게는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 이유는 원자력 발전과 기존의 화력(석탄,개스) 또는 수력발전 대비 기업 입장에서는 수지가 맞질 않기 때문이다. 친환경이다, 저탄소다 이렇게 저렇게 환경적인 요소에 투입되는 비용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데 결국 결과물인 효율은 턱없이 떨어지니 말이다.
여튼, 이 RE 100이라는 것을 두고 어제 대선토론에서 다음과 같은 구도가 나온 것이다.
이재명 후보가 기업 간 친환경 에너지의 슬로건인 RE 100(알이 100)이란 용어를 던지면서 이것에 대하여 알고 있느냐, 어떻게 대응 할 것이냐 등을 묻고, 윤석열 후보가 이 RE 100이 뭐냐? 하며 되묻는 이런 식의 구도였다.
그런데 사실 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알이’ 100이 아니라 ‘리’ 100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말들이 많았는데 얘긴즉슨 ‘자신도 정확히 모르면서 킬러문항이랍시고 한번 던져본 것이 아니냐~ 의도가 너무 얄팍하다.’ 라는 말들을 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RE 100이라는 용어가 인터넷 실검 차트에 오를 만큼 큰 이슈가 되고 있다.
그 반면에 윤석열 후보는 대한민국에서 원자력 발전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는데 이것도 어떻게 보면 원자력 말고 딱히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사실 이렇다 할 지하자원 하나 없는 우리나라에서 해마다 급증하는 에너지 수요를 충당하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우리보다 훨씬 더 경제대국인 독일조차도 메르켈 정부를 거치는 동안 탈 원전으로 전기요금 폭등 등 산업기반과 국가경제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했기 때문에 여기서 우리는 교훈을 찾아야 한다.
요즘 국제뉴스를 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가 매우 심각하다. 한 때 부 강했던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들이 왜 러시아의 눈치를 마치 약점을 잡힌 것처럼 보고 있을까? 그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탈 원전 때문이다. 탈 원전 이후로 현재 러시아로부터 유럽의 각국들이 천연가스 공급을 파이프라인을 통해 받고 있는데 이 대규모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사업을 ‘노드스트림’(nord stream)이라고 한다.
이렇게 유럽은 환경문제 때문에 그동안 돌려오던 원자력 발전을 뒤로하고 러시아의 파이프라인에 의존하게 되었다. 가성비 좋은 원자력 발전을 계속하기에는 원자력 폐기물 문제와 위험성 등 이 다량의 문제가 발생하게 되고 그래서 탈 원전을 하고보니 에너지를 다른 나라에서 수입해야하니 그 과정에서 또 많은 문제들이 발생한다. 이 문제는 정말 새롭고 획기적인 차세대 에너지를 발굴해 내지 않는 한 해결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에너지 문제가 위에서 언급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문제와도 상통한다는 것이다. 지금 우크라이나를 적극적으로 도우려는 유럽의 국가는 거의 찾아볼 수 없을뿐더러 오히려 그들은 침묵하고 있다. 그 이유는 유럽 각각의 국가 에너지 산업 동력원 전체를 러시아에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독일은 러시아 독일 간 직통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노드스트림 2를 만들다 여기저기서 쓴 소리를 듣고 중지한 상태다.
이렇게 동방의 작은 나라의 일개 대통령 후보들이 토론 중에 던진 RE 100이라는 용어가 전 유럽의 에너지 문제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 또한 물고 나올 수 있다는 것이 그저 놀랍기만 하다. 그만큼 한 나라의 에너지 문제는 중요하다는 얘기라는 것이다. 국가의 미래라는 것은 에너지 산업, 환경, 경제, 기업 활동, 국제관계 등이 유기적으로 긴밀하게 연동되어야만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언 발에 오줌누기 식 단발성 사고가 아닌, 유기적이고 종합적이고 장기적으로 그리고 폭 넓은 생각을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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