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에서 우리나라에게 거대 유전에 대한 권리 일체를 양도했다. UAE의 이러한 결정의 배경은 지난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2008년 리먼 브라더스 경제 위기를 겪은 한국은 자원의 중요성을 매우 크게 실감했다. 당시 미국의 달러 가치가 폭락하자, 전 세계가 폭등하는 기름 값에 허덕여야만 했으니 말이다.
이러한 사태로 인해 당시 한국 정부는 우리나라도 자원빈국에서 벗어나 직접 채굴할 수 있는 석유 및 자원을 확보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으며 이에 한국은 가장 먼저 UAE를 찾아 치열한 자원 외교를 펼쳤는데 당시 작은 문화 교류로 시작한 한-UAE 외교는 자원을 넘어 군사 교류로까지 발전하게 되어 현재 상호 헌신을 근간으로 하는 확고한 파트너십 관계가 체결되어 있다.
이번에 UAE로부터 채굴 권리를 보장 받은 유전은 바로 이 파트너십의 일환인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한국의 자원외교가 전 세계의 부러움을 사는 이유가 있다. 그 것은 바로 기가 막힌 타이밍 때문인데 지난 2월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촉발된 전 세계는 자원 대란을 겪고 있으니 말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미국은 러시아의 주요 상품 판매 경로를 차단해 러시아의 경제를 몰락시키려 하고 있고 마찬가지로 전 세계가 합심해서 경제 제재를 가하려는 상황이 역으로 전 세계의 유가와 자원 가격을 폭등시키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석유의 경우, 하루 700만 배럴을 공급하는 러시아가 전 세계에 석유를 공급할 수 없게 되자 국제유가 상승이 감당 안 될 정도로 폭등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되자, 세계 각국은 남미 쪽으로 눈을 돌려 낮은 품질의 석유라도 어떻게든 확보하고 보자는 전략을 수립해 대응 했지만 남미 최대의 산유국인 베네수엘라는 러시아산 석유를 대체할 수 있을 만큼의 생산량을 보장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쳐 각국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현실을 깨달은 미국, 영국, 일본 등이 전전긍긍하며 중동 지역 국가들에게 석유 지원을 요청했지만 중동 지역 국가들은 이를 거절했다. 반면, 한국의 경우 이미 10년 전부터 자원 외교를 통해 중동과 자원-군사 파트너쉽을 체결해 두었기 때문에 한국이 이번 위기에 거대 유전 채굴권을 얻어내 전 세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이 소식을 들은 일본은 UAE 측에 강력하게 반발했다. 일본 또한 이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UAE에 석유 지원 및 유전 개발 협력 의사를 타진했지만 모든 요청이 거절당하는 고배를 마셨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바로 지난 2009년 한국과 UAE에서 자원외교 성공 여부를 두고 경쟁하던 때 보였던 UAE에 대한 외교적 결례와 한국에 대한 추태인데 당시 일본은 한국 자원외교의 일환이었던 바라카 원전 건설 사업에 경쟁국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때 한국을 경쟁국에서 탈락시키기 위해 UAE 관료 측에게 천문학적인 액수의 뇌물을 공여하다가 UAE 왕실 정보부에게 적발 당했던 것이다. 이에 격분한 UAE 왕실은 일본을 해당 사업에서 탈락시키고 관계자를 국외추방 했었던 사건이 있었다. 더불어 지난 2011년 있었던 후쿠시마 원전폭발 사태로 UAE는 더 이상 일본을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이 소식을 전하는 일본 언론은 참담한 심경을 숨기지 못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의 다이키쇼키는 1920년대부터 독자들에게 사랑받아온 칼럼 게재 코너인데 이처럼 인기 있는 칼럼 게재 란에 ‘어느새 후진국이 되었나’라는 자조적인 제목으로 한국에 밀려 자원부국의 대열에 합류하지 못한 일본의 현실을 꼬집는 글이 게재된 것이다. 게다가 익명의 칼럼니스트는 해당 기사에서 “더 이상 한국에게 이기는 일본을 상상할 수 없다”라고 언급하는 등 침체된 일본의 분위기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한편, 이번 건으로 한국은 중동 진출을 위한 새로운 발판을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이번에 UAE가 한국에 양도한 채굴권은 유전 하나의 채굴권이 아닌 한 지역의 채굴권인데 양국은 5억 7000만 배럴의 원유 매장량을 확인하고 최대 3억 4천만 배럴을 생산할 수 있는 3개의 미개발 유전에 대한 독점적인 권리를 한국에 보장한다는 내용의 주요 조건 계약서에 서명했다.
또한 기존에 개발이 끝나 채굴이 진행되고 있었던 유전 역시 양도받았다. 이 유전의 이름은 할리바 유전으로 현재 하루 3천 배럴 수준의 생산량을 자랑하는 규모이나, 현지에 파견된 한국석유공사 직원은 해당 유전을 조사한 결과 향후 2023년에는 하루 6만 배럴 규모로 증산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듯 채굴이 진행 중인 유전과 현재 개발 중인 미 채굴 유전을 모두 합하여 예상 채굴량을 추산해 보면 무려 15억 7000만 배럴의 규모를 자랑한다.
앞서 언급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 외에도 앞으로 있을 수 있는 석유 대란, 즉 오일쇼크에서 산유국이 된 한국은 완전히 면역 상태가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현재 UAE는 화석 연료인 석유의 사용량이 감축 되고 친환경 에너지의 사용량이 늘어날 미래에 대비하고 있는데 지난 바라카 원전 사업에서 한국이 보여준 기술력과 신뢰도를 기반으로 향후 진행될 친환경 에너지 개발 파트너로서 한국을 선정했다.
끈질기고 두터운 신의를 기반으로 합리적인 외교전을 펼쳐 결국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중동 국가의 마음을 살 수 있었던 대한민국, 거대 유전과 친환경 에너지 공동 개발 등으로 지난 10년간 이어진 노력이 드디어 결실을 맺는 모습이다. 지난 2009년부터 자원의 중요성을 깨닫고 UAE에게 펼쳤던 자원외교, 열 수 앞을 내다본 이 외교 정책으로 인해 한국은 드디어 산유국의 지위에 올라서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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