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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람에서 무덤까지, 최고의 복지국가 스웨덴.

by 1972 trist 2022. 2. 22.

 

2019년 한 구직 사이트에서 20~30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이민 가고 싶은 나라 1위가 ‘스웨덴’이었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바로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말이 상징하는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니 말이다. 

 

Sweden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 스웨덴.

 

하지만 복지는 공짜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세계 최고의 복지를 누린다는 것은 세계 최고의 세금을 낸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그러니 스웨덴의 세금 체계를 알고 나면 스웨덴에 이민가고 싶은 생각이 바뀌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우선 스웨덴에서는 아기가 태어나면 출생신고를 국세청에 한다. 이는 결혼과 사망신고도 마찬가지다. 보통 관할 구청이나 행정복지센터에서 하는 우리나라와는 많이 다르다. 스웨덴의 국세청은 한 개인의 세금납부 상황뿐만 아니라 이사나 이직 등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 거의 모든 것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관리한다. 10대 후반이 되어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게 되면 그때부터 세금 납부가 시작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카페에서 한 달 동안 일해 100만원을 받았다면, 세금으로 32만원을 칼같이 떼어간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아주 난리가 났을 것이다. 이렇듯 스웨덴에서는 32%가 기본 세율인 것이다. 수입이 얼마이든 소득이 있으면 반드시 32%의 세금이 붙는다. 우리나라의 최저 세율인 6.6%와는 엄청난 차이다. 스웨덴에서 세금을 안 내는 사람은 국민의 6%정도에 불과하며, 주로 난민으로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거나 자발적으로 노동을 포기한 부유층 주부 등이 대부분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경제활동은 하고 있지만 세금을 한 푼도 안 내는 사람이 거의 40%에 가깝다. 그 이유는 이런 저런 공제가 많기 때문이다. 취직을 해서 열심히 일하고, 승진도해서 연봉 6천 8백만 원을 넘게 받는다고 가정한다면, 스웨덴에서는 이 기준이 매우 중요한데 근로자 평균 연봉의 1.5배인 6천 800만 원 이상 부터는 고소득자로 분류된다. 스웨덴 국민의 ⅓정도가 이에 해당되는데 재미있는 것은 이 기준을 살짝이라도 넘으면 세금이 32%에서 52%로 껑충 오른다는 것이다. 즉, 연봉 6천 800만원에서 1원만 더 받아도 세금이 3천 5백만 원이 넘는다. 

 

이 정도 소득이면 우리나라에서는 세금이 얼마정도 될까? 아마도 지방세까지 포함해 약 1800만 원 정도 나올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저 최고 세율만큼 내려면 연봉을 10억 이상 받아야 한다. 그것도 스웨덴의 52%에 못 미치는 49.5%가 대한민국의 최고 세율이다. 여튼, 이것만해도 우리나라 기준으로는 과하다 싶은데,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아직 극악의 세금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바로 물건 구입할 때마다 찰거머리처럼 따라붙는 25%나 되는 부가세이다. 우리나라의 10% 부가세에 비하면 엄청난 것이다. 

 

이렇게 일해서 번 돈을 세금으로 다 내버리면 스웨덴 사람들은 어떻게 먹고사는 것일까? 그냥 단순 계산으로 6800만원의 연봉에서 소득세 3500만원 떼고, 여기에 부가세 1700만원을 제하면 남는 것은 1600만원뿐이다. 고소득층인데도 한 달 사용할 수 있는 돈은 고작 133만원이니 정말 빠듯하게 살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세계 최고 수준의 물가를 감안하면 구매력은 더 떨어지게 될 것이다. 그러니 스웨덴에서는 부부가 맞벌이를 안 하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sweden high taxes
스웨덴은 세금이 매우 높기로 유명하다.

 

일반 월급쟁이들이 이렇게 엄청난 세금을 내니 재벌들은 더 많은 돈을 낼 것 같지만 이상하게도 전혀 그렇지 않다. 스웨덴의 세금 체계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비즈니스 프렌들리라고 할 수 있다. 우선 기업의 대표적인 세금인 법인세가 스웨덴은 20.6%밖에 안 된다. 우리나라의 25%보다 낮으며 그것도 단일 세율이라 돈을 많이 버는 대기업일수록 더 유리하다. 전체 세원에서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겨우 6% 밖에 안 되니, 우리나라의 16%에 비해 실제로 기업의 부담이 훨씬 적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해서 스웨덴의 상위 1% 부자들은 전체 자산의 37%를 갖고 있는, 자산의 불평등이 굉장히 심한 나라이다. 게다가 상속세와 증여세도 없으므로 부의 대물림이 쉽게 이루어진다. 우리나라의 보수 언론에서 복지국가인 스웨덴마저 기업 친화적이라고 소개하지만 사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다. 스웨덴에서는 대신 상속받은 자산을 팔 경우, ‘자본이득세’로 30%를 한 번에 떼어간다. 지금까지 본 것처럼 스웨덴의 복지재원은 부자들이 아니라 국민 전체가 지고 있다. 

 

 

 

 

중산층은 물론 저소득층들도 꽤 가혹한 부담을 지고 있다. 특히 25%의 부가세는 부자이건 가난하건 간에 모든 국민이 똑같이 내는 직접세이기 때문에 사실 저소득층에게는 엄청난 부담이 되고 있다. 그러니까 스웨덴에서는 ‘나의 복지는 나의 돈으로’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여기서 부족한 것은 국가가 부의 분배 차원에서 일부 개입해 도와주는데 이렇게 될 수 있는 이유는, 국민 대다수가 중산층(서민)이고, 빈곤층은 일부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럼 스웨덴 사람들은 이 무지막지한 세금에 정말 불만이 없을 까? 놀랍게도 거의 없다. 만족도 조사를 보면 늘 70~80%의 높은 지지율을 보여준다. 스웨덴 사람들은 세금을 국가에 대한 투자 또는 저축 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세금을 내는 대신 돌려받는 복지에 만족하기 때문이다. 굵직한 복지들만 살펴보면 스웨덴 사람들은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거의 무료로 교육을 받는다. 게다가 대학에 가면 매달 한화로 약 50만 원 가까이 되는 국가에서 주는 용돈도 받으면서 학교를 다니는 것이다.    

 

의료복지도 막강해서 스웨덴에서는 돈이 없어서 죽는 일은 거의 없다. 병원비는 연간 한화로 약15만원, 약값은 30만 원 이상 내지 않는다. 아무리 비싸도 암이든 뭐든 모두 국가가 부담한다. 그리고 회사를 다니다가 정년이 되어 은퇴를 하게되면 기존 급여의 절반정도 되는 연금과 대부분이 드는 개인연금으로 노후도 안정되게 보낼 수 있다. 다만 평균 임금 인상률이 연 3% 정도다보니 정년퇴직 때가 되었다고 해서 임금이 엄청 높지는 않은 편이다.  

 

swedish tax book
스웨덴의 세금달력(Taxeringskanlendern)

 

어쨌든 아무리 복지가 좋다고 해도 국민 모두가 기꺼이 세금을 내는 것은 아니니 스웨덴 국세청은 이러한 탈세를 막기 위해 정말 강력한 방법을 동원하기도 한다. 스웨덴은 매년 발간하는 세금달력(Taxeringskanlendern)이라는 우리나라의 옛날 전화번호부처럼 생긴 책이 있는데 가격은 한화로 약 3~4만원 정도한다. 이 책에 18세 이상이면 누구든 예외 없이 그 사람의 관한 온갖 개인 정보가 실리게 된다. 집주소와 전화번호 생년월일은 물론 이 사람이 얼마를 버는지, 어떤 차를 타는지, 집은 몇 평이며 얼마인지, 결혼은 했는지, 아님 동거인지 심지어 동거인까지도 실려 있다. 

 

그런데 왜 스웨덴은 이런 책을 발행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나와 비슷한 일을 하는 동료가 연봉을 얼마를 받는지 파악해 연봉 협상에 활용하는 용도로 만들어졌다고는 하지만 스웨덴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상호감시로 탈세를 막겠다는 스웨덴 정부의 의도를 말이다. 그래서 스웨덴 국세청을 ‘빅브라더’라고 하는 것이다. 이런 막대한 세금으로 인해 스웨덴에서는 인생역전과 같은 욕망을 갖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세금내고 나면 저축할 돈도 없고, 저축해 봐야 이자도 세금으로 국가에서 다 가져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웨덴에서 흔히 ‘상속 외엔 부자가 되는 방법이 없다’고 할 정도다. 10%의 극단적인 부자와 90%의 중산층(스웨덴에서는 중산층이 서민이다)으로 계급이 고착화되어 이 둘은 완전히 다른 세계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부자에 미련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럼 스웨덴 서민들은 무엇으로 부자를 꿈꿀까? 그것은 바로 ‘도박’이다.

 

스웨덴의 성인 인구 중 ⅔는 매주 또는 매달 도박을 하거나 복권을 구입한다. TV에서는 경마, 카지노 등 온갖 종류의 도박 광고가 넘쳐나고 연평균 도박손실액도 매년 세계 최상위권이다. 도박 외에 또 다른 재산증식 수단으로 부동산 투자가 있는데, 스웨덴에서는 집값의 85%를 대출해 주고, 무려 140년간 할부가 가능한 구조로 되어있다. 할아버지부터 손자까지 대를 이어 천천히 갚으라는 의미이기는 한데 대를 이어 빚을 갚아야 한다는 것이 조금은 슬프다. 어쨌든 그래서 너도나도 집을 사다보니 지금 스웨덴의 부동산 거품 수준은 세계 3위이고, 주택담보대출로 인한 가계부채비율도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52%의 최고세율을 피하기 위해 승진을 거부하는 사람도 많아 기업에 활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기는 하다. 스웨덴의 세금과 복지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부자는 포기해 대신 절대로 가난하지 않게 해줄게’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안정된 삶은 영위 할 수 있지만, 개천의 용 나는 일이 가뭄에 콩나듯 하는 것이 스웨덴 사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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