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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l opinion

우크라이나의 트라우마와 지금 우리의 시대적 과제.

by 1972 trist 2022. 3. 17.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때, 푸틴이 왜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지에 대하여 연설을 했다. 그 연설에서 분명한 역사적 이유를 든다. 침공을 하는데 이유가 있다는 것인데, 그것도 역사적인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Soviet era Ukraine
1970년 소련시절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혁명 기념일 축하 행사.

 

기본적으로 우크라이나 역사를 보면, 우크라이나가 지금의 모습으로 만들어지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부정적인 기여)를 한 나라는 소련이다. 그러니까 지금의 러시아의 입장에서 본다면 푸틴이 레닌에 대해서 굉장히 부정적인 이야기를 해 왔는데, 레닌과 스탈린 때문에 우크라이나라고 하는 지금의 모습이 만들어진 것이며, 푸틴은 지금 우크라이나를 원상태로 회복하려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우크라이나가 나토(NATO) 가입을 시도하는 모습을 보이자, 이것을 본 러시아는 매우 황당할 수밖에 없다. 어떻게 보면 우크라이나라는 나라는 소련이라고 하는 그 연방체제가 만들어지는 과정 속에서 형성된 나라고, 러시아와 함께 있었던 나라였는데, 그 나라가 나토에 가입해버린다면, 실제로 나토와 국경을 맞대야하는 상황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러시아는 본능적으로 서유럽을 경계해 왔다. 과거 프랑스 나폴레옹의 침략을 받았던 역사도 있고, 독일의 히틀러에 의해 침략을 받은 역사가 있으며, 지금도 사실은 나토로부터 어떤 공격을 받을지 굉장히 두려워하는 매우 예민한 나라인 것이다.

 

 

1차 세계 대전과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근대 문명국가를 형성하는 과정 속에서 우리가 나름대로 약속한 것은, ‘주권을 가진 나라를 다른 나라가 침략하는 행위는 옳지 않다’라고 하는 것이다. 이것을 필자는 근대 문명의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근대이전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으며, 이렇게 정말 많은 사람이 죽어나가는 과정 속에서 우리가 얻은 귀중한 교훈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교훈을 우리가 지켜 나가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 사태의 골은 너무도 깊다.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트라우마’가 있는데, 과거 소련 스탈린 당시의 경제 침체와 '대기근'(Holodomor)속에서 뼛속 깊이 새겨진 트라우마다. 우크라이나 지역은 지구상에서 가장 광활한 곡창지대이며 땅 또한 매우 비옥하다. 이렇게 무엇을 심어도 잘 자라는 땅의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아이러니하게도 대기근으로 600만~800만 명이 굶어죽게 된다. 물론 이 대기근은 소련의 스탈린이 만들어낸 인재다. 

 

Holodomor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있는 홀로도모르를 추모하는 소녀상.

 

심지어 독일의 히틀러가 쳐들어왔을 때 이 지역 사람들의 일부는 스탈린 치하 보다는 히틀러 치하가 더 낫겠다고 이야기 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고통을 받았던 역사가 있었기에 지금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인들에게 구소련의 망령으로 각인되어 있는 것이다. 이제 우크라이나인들은 러시아 손아귀에서 벗어나 독립된 자유 민주국가를 만들기 위해 투쟁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그들의 시대적 과제인 것이다. 

 

각 시대마다 그 시대의 과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를 예로 들자면, 개항을 하고나서 그 이후 시대의 과제는 ‘신분제로부터의 해방’이라는 과제가 있었고, 일제 강점기로 들어갔을 때 그 시대의 과제는 ‘식민지로부터의 해방,’ 여기서 정말 수많은 사람들이 그 과제를 해결하기위해 싸웠다. 광복이 되고 나서는 ‘가난과 독재로부터의 해방’이라는 과제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과제를 완벽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해결해 나가며 우리나라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어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시대의 과제는 무엇일까? 필자는 지금 시대의 과제가 전 지구적 과제가 되어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21세기의 과제는 ‘혐오와 증오로부터의 해방’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자유무역체제가 무너지고 보호무역주의로 방향이 전환되며, 특히 트럼프가 등장하면서 나타났던 모습은 자국 중심의 경제 시스템이다. 그런 과정에서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도 이제 이념보다도 자국의 이익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보이기 시작했다. 사실 지금 미국 같은 경우도 우크라이나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과거에는 경찰국가를 지향했던 미국이 지금은 그렇지가않다. 그렇게 지금 전 지구적으로 봤을 때, 자국의 이익 중심의 모습들이 지금 굉장히 강화되고 있고, 한 나라의 모습을 들여다봤을 때 예전까지만 해도 우리라고 하는 공동체의식이 있었는데, 지금은 ‘나,’ 나에 굉장히 매몰되어 가는 모습들을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생존이 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인데, 사실 이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지금 적자생존의 경쟁구도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 되면서 선을 긋고, 편을 나누면서 갈라치기 하는 모습들이 굉장히 심화되고 있다.   

 

police state
얼마전까지 미국은 경찰국가를 지향했다.

 

이것이 지금 우리 시대에의 가장 큰 문제라고 필자는 생각하고 있다. 우리가 이제 전 시대의 과제였던 신분제로부터 해방, 식민지로부터 해방, 가난과 독재로부터 해방이라고 역사를 규명을 했듯이 100년, 200년 뒤에도 지금의 우리 시대를 다음과 같이 규명할 것이다. ‘혐오와 증오로부터의 해방’ 그러면 이것을 위해서 우리 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싸워야 할까, 적어도 우리 뒤에 오는 사람들한테는 이러한 시대를 물려주어서는 안 되겠다. 지금 우리가 신분제 사회에 살고 있지 않듯이, 식민지에 살고 있지 않듯이, 절대 가난에서 벗어났듯이 이렇게 우리는 역사의 선물을 받고 있다. 그러면 우리 뒤에 오는 사람들한테도 좀 더 나은 사회를 물려주어야 되는 것이 필자는 역사에 무임승차하지 않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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