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법적으로는 우리나라가 공식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직접 지원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한국의 국민들이 나서서 우크라이나를 지원을 하고 있어 화제다.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시작된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이 벌써 2주차로 접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모든 언론들이 한목소리로 러시아의 침공과 폭력을 비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포함한 유럽의 많은 국가들마저도 실제로 군을 파견해서 우크라이나를 돕지 못하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와 바로 인접해 있으며 나토(NATO) 가입국이기도 한 폴란드조차도 그 어떤 직접적인 군사적 지원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 대신 전쟁 물자를 지원하는 간접적인 지원만을 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만약 단 한 명의 폴란드병사라도 우크라이나 전장에 들어가 싸우는 것이 발견될 경우, 그것은 러시아에게 있어 폴란드의 선전포고와도 같은 것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그 즉시 폴란드 상공위로 러시아의 미사일 세례가 쏟아질 수도 있으며 또 설령 그런 일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폴란드는 어찌되었던 자국의 병사를 전장에 먼저 투입한 것이기 때문에 할 말이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
또한 미국을 제외한 여러 나라들이 이것과는 별도의 경제적이고 실리적인 이유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개입을 꺼리고 있는데, 그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석유와 천연가스 같은 에너지 문제 때문이다. 바로 어제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미국이 러시아산 석유와 천연가스의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추가 제재 방안을 발표했는데, 이것은 미국이 산유국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참고로 전 세계 석유 매장량으로는 베네수엘라가 1위지만, 현재 산유국이 아닌 관계로 전 세계 산유국 1등은 사우디아라비아나 러시아가아닌, 2018년 이후 부터는 바로 미국이다.
그 뒤로 사우디아라비아가 2위, 러시아가 3위다. 그래서 미국은 러시아로부터 수입하는 원유의 양이 연 총 280만 톤 밖에 되지 않는다. 자국에서 사용되는 전체 에너지의 양의 7%가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런 미국보다 거의 6배나 많은 약 1500만 톤의 원유를 러시아로부터 수입하고 있으니 큰일이다.
독일이나 프랑스 같은 유럽 나라들은 모두 합해 약 1억2000만 톤을 수입하고 있어 만약 이것이 갑자기 끊어져버리기라도 한다면,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경우에 당장 다음 주부터 기름 값이 리터당 3000~4000원 까지 오를 수도 있는 민감한 경제적 사안이기 때문에 현재 우크라이나의 상황이 몹시 안타까운 것과는 별개로 전쟁에 실제 개입하는 것에는 다들 매우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크라이나군은 모든 면에서 부족하고 열세한 것이다. 아무리 미국과 주변국에서 물자와 돈을 지원해 준다고 하더라도 상대는 무려 세계 군사력 2위인 러시아이기 때문에, 또한 우크라이나는 한국과는 다르게 오랫동안 체계적으로 전쟁을 준비해 온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전쟁 직전 여러 외신에서 보도된 사진들처럼 일반 국민들이 목각 총을 들고서 급하게 전쟁을 준비하는 등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너무 많다.
그런데 여기서 아주 뜬금없이 대한민국이 언급되는 일이 발생했다. 그것도 생수나 의료품 그리고 식품 또는 옷 등을 지원하는 것이 아닌, 방탄조끼, 방탄헬멧, 전투화 등 기타 택티컬 전투장비들이 지금 우크라이나군에게 지원되고 있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 모든 택티컬 장비들을 지원하고 있는 것은 대한민국 정부나 국방부가 아닌, 바로 한국의 평범한 민간인 남성들이라는 점이다.
소위 ‘밀덕’ 이라는 말이 있다. ‘밀리터리’(military)와 ‘오타쿠’(オタク)라는 말을 합성해 줄인 말로, 말 그대로 군사 또는 전쟁에 관련된 무기나 장비와 같은 것에 관심이 지대하게 많은, 그리고 이것을 취미로 삼고 있는 일종의 마니아들을 일컫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대한민국에서 군복무를 마친 성인 남성들 중에서 이 밀덕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밀덕들 중에서도 증세가 좀더 심한 밀덕 중에 밀덕이 있는데, 이들은 주로 ‘서바이벌 게임’에 취미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BB탄이라는 플라스틱 탄환이 발사되는 총을 가지고, 시간 날 때마다 모여서 모의 전투게임을 하는 사람들이다. 플라스틱 BB탄이 발사된다고 해서 이것을 그냥 장난감 총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밀덕들이 주말마다 모여 게임을 치르는 그 장면을 실제로 보게 되면, 모르는 사람들은 아마도 깜짝 놀랄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이 밀덕들이 들고 있는 무기나 착용하고 있는 장비를 보면, 실제 전쟁터의 군인들과 전혀 차이가 없으며, 관련 액세서리나 총을 튜닝하는데 사용한 옵션들의 퀄리티나 가격이 생각보다 고가이기 때문이다.
모두들 당장 실제 전장에 투입되어도 전혀 부족할 것 없는 수준의 진짜로 완벽하게 세팅된 장비와 복장, 또 이들이 들고 있는 총기들도 보면 사실 진짜 총으로 오해할 정도로 실총과 똑같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 총을 튜닝 하는데 사용된 장비들, 예를 들면 조준경이나 레이저 도트사이트 등의 장비들은 놀랍게도 거의 대부분 실총에 사용하는 장비를 사용한다. 그러니까 비슷하게 만들어놓은 모조품을 사용하는 것이 아닌, 진짜 특수부대원들이 사용하는 엄청난 고가의 장비들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입고 있는 군복이나 방탄조끼, 택티컬 헬멧 등도 보면 모두 실제 전장에서 사용되는 군수품들을 구입해서 사용하고 있다. 왜냐하면 이 서바이벌게임은 단지 BB탄을 발사해서 게임에서 이기고 지는 것 뿐 아니라 이렇게 철저히 실제 전투처럼 장비를 완벽하게 갖추고 게임에 임하는 그 자체가 이 밀덕 문화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들이 결혼을 했다면 아마도 집에서 문제가 많을 것이라 생각된다. 왜냐하면 앞서도 말했듯이 이 BB탄 총기들이나 장비들은 매우 고가이기 때문이며 또 이들의 집에는 그런 장비들을 한 가득씩 소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우 밀덕들에게 이런 장비들은 재산목록 제1호들일 것이다. 그러니 이러한 밀덕들을 한국의 안주인들이 가만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이 대한민국 밀덕들의 재산목록 1호 군수품들이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으로 모여들고 있으며, 다시 군수물자가 부족해 고전하고 있는 우크라이나군을 돕기 위해 보내지고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대한민국 각지에서 무서운 안주인의 눈총과 바가지를 견뎌내며 외롭게 밀덕의 길을 걸어온 이 땅의 수많은 밀덕들이 너도나도 우크라이나군을 돕기 위해 자신의 재산 목록 1호들을 아낌없이 기부하기 시작한 것이다.
비살상 군수물자, 즉 전투복과 방탄조끼, 전투화 그리고 방탄 헬멧과 탄창파우치와 같은 각종 택티컬 장비들이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으로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렇게 개인들이 나서자 한국에서 택티컬 전술장비를 제조하는 회사도 힘을 보탰는데, ‘LMG 텍티컬’의 대표 또한 우리나라의 개인 밀덕들의 움직임에 감명받아 자사에서 생산하는 방탄조끼와 탄창파우치 등을 대사관측에 전달해서 크게 힘을 보태준 상황이다.
이 장비들은 직접 우크라이나로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현재 1차 물량이 폴란드로 보내졌고, 거기서 다시 국경을 넘어 최종적으로 우크라이나군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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