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와대 이전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윤석열’ 당선인 측은 “청와대에는 하루도 들어가지 않겠다.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의 국방부 청사로 옮기겠다”라고 하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는 대통령이 돼서 청와대 들어가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윤석열 당선인이 안 들어간다고 하니, 그 이유가 궁금하다.
여기에 따른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반대하는 쪽으로 무게중심이 조금 더 기울어져 있는데, 왜 이사를 가려고 할까? 그리고 또 과반수가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예산은 이미 다 편성이 되어있는데, 윤석열 당선인이 어디서 이사비용을 구할 수 있을까? 사실 국가예산에도 ‘예비비’라는 비상금이 있다. 이 예비비를 사용하고 싶으면 현 정부에게서 받아내면 되는데, 처음에는 정부가 협조를 한다고 했다가 갑자기 입장을 바꿨다. 그 이유는 이사를 할 때 안보에 문제가 생긴다는 이유 때문이다.
만약에 현 정부가 협조를 했다가 이사 과정에서 안보에 구멍이 뚫리고 문제가 생기기라도한다면 현 정부도 공동책임을 져야만 하기 때문에 굳이 리스크를 지지 않으려는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의견 차이가 나기 시작하고, 인사권 행사 같은 문제까지 겹치면서 대통령과 당선인의 사이가 점점 멀어지고 있다. 심지어 역대 가장 오랫동안 만나지 않은 당선인과 대통령이라는 기록까지 세웠다. 그런데 최근에 극적으로 회동을 갖게 되면서 현 정부가 다시 협조하는 방향으로 합의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부족해서 임기 시작 전에는 이사를 마치는 것이 힘들 것 같은데, 그럼 일단은 청와대에 들어갔다가 임기를 시작하고 이사를 준비하면 되는데, 그렇게는 또 안 되는 것이 당선인의 생각이 완고해서 “청와대에서는 단 하루도 머물지 않겠다”라고 말하고 있으니, 이렇게 임기가 시작되면 할 일이 태산 같아 이사할 겨를이 없을 것이며, 청와대에 한번 들어가면 못 나올 것 같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현재 윤석열 당선인이 인수위 사무실로 출퇴근을 하고 있는데, 임기가 시작해도 한동안은 인수위 사무실을 계속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원래 공략은 광화문이었는데, 여러 사정을 살펴보니 광화문은 문제가 많았던 것이다. 1차원적으로만 생각해봐도 광화문에는 고층빌딩이 많기 때문에 저격 포인트가 많아 경호나 보안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광화문으로 이사를 가면, 보안 때문에 건물 높이 제한 같은 규제들이 추가될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주변 기업이나 시민들의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 그러면 인프라가 이미 깔린 곳, 이미 관련 규제가 어느 정도 있어서 추가로 규제를 할 필요가 없는 곳으로 가자고 지목이 된 것이 용산의 ‘국방부 청사’인 것이다. 국방부 청사는 군사시설이니까 이미 어지간한 인프라와 주변 환경에 대한 규제 등이 있을 테니 말이다.
국방부 청사에 벙커도 있고, 헬기 둥지도 있고, 지휘통제실도 있고, 그리고 용산 미군기지가 평택으로 이사 가면서 미국기지 부지에 시민 공원이 조성된다고 한다. 여기서 대통령이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도 하면서 국민들과 직접 소통을 하겠다는 의지인데, 문제는 미군의 용산 기지 반환이 지체가 되고 있고, 미군이 사용하는 동안 환경도 오염이 되었으니 이를 정화하는 시간도 걸리다 보니, 이것이 임기 내 다 가능할 것인가라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사실 이러한 이사 얘기가 처음 나온 것이 아니다. 본격적으로 나온 것은 ‘김영삼’ 대통령 때 나왔다. 그 이유는 ‘문민정부’의 시대를 열었다는 상징성이 있다 보니, 군부 정치의 중심이었던 청와대를 떠나야 한다는 논리가 나온 것이다. 그리고 청와대 터가 조선 시대에는 경복궁 뒤뜰이었는데, 일제 강점기 때 여기를 헐고, 조선 총독부의 수장인 총독이 머무는 관저가 지어졌다. 해방 후 미 군정이 통치 하면서 이 총독 관저를 그대로 사용하게 된다. 미 군정의 사령관이었던 ‘하지’ 중장이 여기에 머물렀다.
그러다가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고부터는 ‘이승만’ 대통령이 사용하게 되었다. 이때 이름을 ‘경무대’로 바꿨다가 ‘윤보선’ 대통령으로 오면서 청와대가 된 것이다. 그리고 ‘노태우’ 대통령 때 증축을 크게 하면서 지금의 청와대의 모습을 어느 정도 갖추게 되었다. 그러다가 김영삼 대통령이 들어와서 청와대가 일제와 군정의 잔재라고 보고 이것을 청산하겠다고 이사 얘기를 꺼낸 것이다.
어쨌든 김영삼 대통령 뒤로도 여야를 막론하고 역대 대통령들은 모두 청와대를 떠나고 싶어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10대 공약에도 포함이 되었다가 현실적인 문제로 포기해야만 했던 사안이었고, 세종시로 가려 했던 ‘노무현’ 대통령을 제외하면 목적지도 하나같이 모두 광화문이다. 큰 맥락에서는 이사의 명분까지 똑같았고 심지어 실패한 이유 역시 경호, 보안, 안보, 비용, 시민불편, 국회의 반대 등으로 같았다. 이렇게 수십 년째 대통령 집무실 이전의 도전과 실패가 반복이 되고 있었다.
이 소모적인 반복을 끝내기 위해서라도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 된 것 같은데, 이번 논쟁이 고민의 기회가 되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왜 청와대를 거부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청와대의 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원래 개방된 곳이었다. 이승만 대통령 때만해도 국민들이 자유롭게 방문하는 곳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되었던 것이 ‘박정희’ 대통령 때 북한 공작원들이 대통령 암살을 시도했던 ‘김신조 사건’이 터지게 된다. 그리고 나중에 박정희 대통령은 최측근에게 암살을 당하게 되고 말이다.
이러한 여러 가지 일들을 거치게 되면서 청와대가 점점 더 폐쇄적으로 변하게 되었다. 외부로는 청와대 주변을 통제하게 되었고, 내부로는 대통령과 참모진이 멀어지게 되었는데, 그 부작용으로 대통령이 고립되어 버린 것이다. 이렇게 되니 대통령은 외부와 단절 되고 소통이 안 되는 부작용이 생기게 되었다. 그동안 대통령들이 이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청와대를 개방하기도 하고, 대통령 집무실을 참모진 가까이로 옮겨보기도 했지만, 결국 구조화된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했다.
일단은 청와대가 너무 크다. 미국의 ‘백악관’ 보다 약 3배나 크다고 한다. 사실 그렇게 클 이유가 없는데, 쓸데없이 거품이 있다는 것이다. 넓게 퍼진 공간에 사람이 분리 되니까 소통이 느릴 수밖에 없다. 윤석열 당선인이 검사 시절에 ‘세월호’ 사건을 조사 할 때 참모진과 대통령의 물리적 거리가 너무 멀어서 보고가 늦어지는 정황이 발견되었다. 심지어 보고하러 갈 때 자전거를 탄다는 얘기까지 나왔으니 말이다. 이것을 해결하려면 대통령이 참모진과 딱 붙어서 업무를 보고 시도 때도 없이 소통을 해야 한다는 것이 윤석열 당선인의 생각이다.
특히 대통령이 고립이 되면, 눈과 귀가 멀게 된다. 참모진들이 보고를 누락하거나 왜곡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각 부처의 장관이나 전문가들의 의견이 전달이 잘 안되고 국민들의 민심이 잘못 전달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서 이 ‘언로’를 독점한 참모진들이 대통령으로 통하는 유일한 길과 문이 되면서 흔히 말하는 ‘문고리 권력’이 탄생하고 비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당선인은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 때 둘 다 청와대를 압수수색을 해본 경험이 있다. 그 과정에서 청와대의 구조적인 문제들이 발견되었고, 많은 생각이 들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과거에도 왕이 민심을 읽지 못해 잘못된 판단으로 민심을 잃고 왕권이 약해지면서 관리들의 부패가 심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왕권 약해지면 천도를 시도하기도 했는데, 이로 인해 수도에 뿌리를 내린 관리들의 기반을 무너뜨리고 왕을 중심으로 새로운 체제를 만들 수 있었다. 아마 대통령 집무실 이전도 이런 맥락이 아닐까 싶은데, 관리들의 권력이 강해지면 부패가 생기고, 국가원수에 권력이 강해지면 ‘독재’가 되다 보니, 상호 견제와 균형이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윤석열 당선인의 경우는 정치 경험이 짧다 보니 정치 기반이 약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도 역대 최소 득표차를 기록했다 보니, 관리들의 권력을 견제할 필요가 커졌고, 그 때문에 이사를 강행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사는 하드웨어적 변화인데 더불어 소프트웨어적인 변화도 생긴다. 청와대 조직이 구조조정의 대상이라 수석비서관 같은 참모진들을 약하게 만들고, 대신 각 부처의 장관들이 참모 역할을 하면서 참모진을 거치지 않고 대통령한테 직접 보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금 청와대를 국민들에게 돌려주겠다고 하고 있는데, 이것이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과 새로운 관광지가 아닌, 권력을 엘리트로부터 국민들에게 돌려주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역대 대통령들이 모두 광화문으로 가려고 했던 이유도 광화문이 국민들의 정치적인 참여 공간이다 보니, 국민과 소통하는 장소라는 상징성 때문에 모두 광화문 얘기를 했던 것이다. 이렇게 역대 대통령들이 모두 원했던 것이고, 그 취지 자체는 나쁠 것이 없기 때문에 필자는 이전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다.
누가-무엇을-왜 하는가, 여기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그런데 문제는 언제-어떻게-어디로 할 것인가, 여기에서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반대 측이 많이 얘기하는 것이 ‘안보 공백’이다.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의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게 된다면 국방부는 근처의 합참 청사로 가야하고, 합참은 다시 남태령으로 가야하고 이렇게 밀어내기 식으로 이전이 된다는 것이다. 사실 합참은 원래 이전 계획이 있긴 했지만 윤석열 당선인이 무리한 일정을 요구를 하면서 청와대, 국방부, 합참 등 안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조직들이 연달아 이사를 가고 여기서 혼선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각종 전산망, 통신망, 핫라인, 지휘체계가 일시적으로 마비가 될 수 있다. 특히 안보 문제가 군사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닌, 전염병, 자연재해, 경제 혼란, 사회 혼란, 외교 문제, 테러 등 한두 가지가 아닌데, 이것들을 다 아우를 수 있는 종합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기에는 국방부의 시스템은 다소 부족하다는 것이다. 지금 코로나, 산불, 북핵 문제, 미중 갈등 문제 등 시급한 안보 문제가 많은데, 굳이 지금 청와대에서 이사를 해야 하겠냐는 것이 논쟁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북한이 올해 유독 미사일을 많이 발사하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은 별 관심이 없다. 북한 문제에 그렇게 관심이 많던 트럼프 때와는 달리 현재는 러시아 문제가 더 시급한 문제가 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다가 북한은 기어이 선을 넘고 ‘대륙간탄도미사일’까지 쏘게 된 것인데, 문제는 이것이 아메리카 대륙까지 날아간다는 것이다. 여기에 핵탄두만 달면 핵미사일이나 다름없으니 미국에 직접 핵 공격 위험을 가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핵실험 안 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 안 쏜다고 약속 다 해놓고 이제 와서 뒤통수를 친 것이다.
그러니 이러한 위기상황에서 이사는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 문제가 되는 것이 대통령 경호나 보안 문제다. 이사 전까지 집무를 보는 ‘금감원 연수원’도 경호나 보안이 제대로 안 되어있는 곳이고, 용산으로 이사를 가도 대통령이 출퇴근을 하게 되면 경호 비용이 커질 수밖에 없다. 당선인 측은 이러한 경호와 보안 비용을 아낀다고 하는데, 그렇게 되면 경호나 보안에 구멍이 뚫릴 수 있고, 이는 국가 안위에 직결되는 문제로 번질 수 있다. 대통령이 됐으면 이제는 공인이다. 하고 싶은 대로 다 할 수가 없다, 위치에 맞게 제대로 된 환경에서 집무를 보라는 반대측의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다음으로 또 비판을 받는 것이, 과정에 졸속이라는 것이다. 역대 정부가 현실적인 문제로 이사를 포기했다면, 그보다 더 철저하게 준비를 했어야 됐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미흡한 것이 많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100년, 백악관은 200년이나 됐을 만큼, 이사를 한번 가면 오랫동안 국정에 영향을 미치는데, 이렇게 졸속으로 진행하면 부작용이 크다는 것이다. 가정집 하나 이사하는 것도 상당히 복잡하고, 오래 걸리고, 진이 빠지는 일인데, 국가의 중심을 이동시키는데 속도전으로 가게 되면,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것이다.
일단은 청와대로 들어갔다가 제대로 준비를 하고 그때 이전을 시작해야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당선인 측은 “들어가면 못 나온다, 시스템에 한번 몸이 젖으면 몸이 무거워진다, 역대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이유가 있지 않겠냐, 어렵다고 미루면 바뀌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또 다른 비판이 우선순위 문제인데,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이나 정치적 이상도 중요하지만 코로나, 양극화, 부동산, 일자리, 가계 부채 등 지금 당장 국가에 시급한 일들이 먼저라는 것이다.
그리고 동선 문제도 지적이 되고 있는데, 청와대는 대통령이 묵는 관저, 업무를 보는 집무실, 비상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국가위기관리센터’가 한곳에 모여 있다. 그런데 새 정부의 계획을 보면 이런 기관이 모두 흩어지게 된다. 동선을 줄인다고 청와대를 떠야한다면서 이렇게 되면 목적에 위배 되는 것 이라는 지적도 있다. 특히 대통령이 매일 출퇴근을 하게 되면, 경호나 보안 문제가 있다 보니, 주변 교통을 통제해야 되고, 통신도 차단 시켜야 한다. 이렇게 되면 주변 시민이나 기업들이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그래서 당선인 측에서는 집무실 근처에 대통령 관저를 신축하는 방법을 검토 중이라고 하는데, 이는 현재 국민여론도 반대하는 쪽이 더 많다. 그러면 국민들이 반대를 하면 계획을 바꾸거나 더 시간을 두고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시간에 촉박해 이런 필수적인 과정도 부족했다는 것이다. 국민과 소통을 위해서 이사를 하는데, 이사하는 과정에서 불통을 하고 있지 않은지, 그리고 지지기반이 약한 상황에서 이런 모습을 보이면 앞으로 국정 운영이 더 힘들어지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역대 정부의 숙원 사업 중 하나였던 만큼, 양측이 서로의 얘기를 잘 들어보고 협조를 해서 아무 탈 없이 잘 마무리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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