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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언제부터 다이어트를 했을까?

by 1972 trist 2022. 3. 2.

 

‘다이어트’(diet)하면 먼저 여성부터 떠올리겠지만 원래는 남성의 것이었다. 중세의 기독교 시대에도 비만은 환영받지 못했다. 한때는 비만이 악마에게 영혼을 판 증거라며 죄악시하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history of diet
과거에 여성들은 다이어트를 위해 약까지 복용하며 건강을 해쳤다.

 

그러나 한편으로 살찐 몸은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했다. 먹고살기 힘들 시절에는 이것이 부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중세시대에 남성들이 갑자기 살이 찌는 것은 치명적인 문제일 수 있다. 왜냐하면 갑옷을 입을 수 없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자주 전쟁이 벌어지던 시절, 갑옷을 입지 못한다는 것은 남자들에게 큰 불명예였다. 몸이 무거워지면 말을 타고 날렵하게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목숨이 달려 있는 일이기도 했다. 

 

그래서 19세기까지의 다이어트 관련 서적은 대부분 남성들을 위한 책들이었다. 그렇지만 19세기 말이 되면서 다이어트는 점차 여성들의 문제가 되어 갔다. 여성들의 신체에 중대한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전만 해도 여성들의 식사량은 남성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주로 남성들이 먼저 먹고 남은 음식을 여성들과 아이들이 나눠 먹었기 때문이다. 이는 가족이 먹고 살기 위해서는 남자의 물리적인 힘이 중요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이 때문에 14~18세기 여성들의 체구는 그 이전에 비해서도 많이 왜소했다. 그래서 이 시기에는 오히려 풍만함이 미인의 상징이었다. 다산과 풍요가 무엇보다 중요한 사회적 가치였으니 말이다. 그러다가 산업혁명 이후 식단이 풍성해지면서 마치 그간의 굶주림을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여성들은 식탐을 부리게 되었다. 그 결과 19세기부터 여성들의 키가 비약적으로 커지게 되었고, 몸무게는 그보다 더 늘어나게 되었다. 그러면서 다이어트가 조금씩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게 된 것이다.

 

이런 현상은 특히 영국에서 독립한 신생국인 미국에서 두드러졌는데, 영국과 비교도 안 되는 드넓고 비옥한 영토에서 나는 풍부한 먹거리 덕택이다. 여기에 19세기 말부터는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시작되면서 여성들이 가정에서 요리하는 시간이 줄어든 반면, 외식 문화가 본격적으로 발달하게 된다. 그에 맞춰 미국에 대중적인 음식점 또한 엄청 늘어났고, 이것이 미국인들의 과식을 부추기게 되었다.  

 

19th century American women
19세기 말 미국에서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시작된다.

 

사실 미국의 기름진 음식이 얼마나 쉽게 비만을 가져오는지는 하와이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원래 하와이 원주민들은 무척 날씬했다. 19세기 후반 미국이 하와이에 본격적으로 들어가던 시절의 하와이 원주민 사진을 보면 뚱뚱한 사람이 거의 없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하지만 식생활이 미국식으로 바뀌면서 주민의 60%가 갑자기 비만이 되어버렸다. 지금도 하와이는 미국에서 심장병과 당뇨병 사망률이 가장 높은 지역이다. 

 

19세기 말부터 시작된 체중계의 보급은 미국인들로 하여금 처음으로 자신의 몸무게를 구체적으로 알게 해주었는데, 이것이 사회 전반의 다이어트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었다. 당시 자신의 체중을 잰다는 것은 무척 신기한 일이었기 때문에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그래서 시청이나 보건소는 물론 은행과 극장, 심지어는 음식점과 기차역에도 체중계가 설치되었다. 하지만 여러 사람이 보는 곳에서 몸무게를 재는 것은 특히 여성들에게는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더구나 정확한 체중을 재려면 옷을 벗어야 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집에서 잴 수 있는 개인용 체중계도 보급되기 시작했다. 그 덕에 사람들은 자신의 몸무게를 계속해서 확인할 수 있게 되었고, 수치로 표시된 자신의 몸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이와 비슷한 역할을 한 것이 하나 더 있는데, 20세기 초에 대 유행이었던 생명보험 가입이다. 보험과 다이어트가 무슨 상관일까 싶지만, 생명보험에 가입하려면 신체에 관한 온갖 정보를 기입해야 했다. 당연히 이 중에는 체중도 있었다. 수치로 명확하게 표기된 몸무게는 기름진 음식으로 비만이 많은 미국 사람들에게 다이어트의 필요성을 상기시켜 주곤 했다. 

 

사진의 발명 역시 다이어트 열풍을 만드는데 한몫했다. 19세기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일반에 보급된 카메라는 20세기 초가 되면 작고 가벼운 카메라가 만들어져 일반인들도 사진을 찍기가 훨씬 쉬워졌다. 사진은 자신의 몸을 객관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그리고 같이 찍은 사람들과 자신의 몸을 비교할 수도 있게 해주었다. 더구나 사진 덕에 신문과 잡지에서 다이어트 관련 기사를 만드는 것도 훨씬 쉬워졌다. 이것들보다 미국에서 다이어트가 본격화된 더 중요한 이유로 기성복을 꼽는 사람들도 많다.

 

invention of the camera
사진기가 발명되고 19세기 후반부터는 일반에 보급된다.

 

땅덩이가 큰 미국에선 1870년대부터 일찌감치 통신판매가 발달했다. 당연히 옷 가게도 멀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옷도 통신판매를 통해 구입했다. 그런데 막상 입어보면 안 맞기 일쑤였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류 회사들은 웃을 몇 종류의 사이즈로 나눠 제작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의 기성복이다. 당시의 의류 주문서를 보면 자신에게 맞는 사이즈를 선택하기 위해 신체의 어떤 부분을 어떻게 재야하는지 아주 상세히 안내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제 사람들의 몸은 S, M, L 또는 44, 55, 66 등으로 나눠진 기준에 따라 분류 되게 되었다. 즉 몸에 옷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옷에 몸을 맞추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러면서 사람들은 원하는 사이즈를 입으려면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이 뿌리내리게 된 것이다. 1차 세계대전도 다이어트를 촉진하는 묘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미국은 1917년 뒤늦게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애국주의가 팽배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이 시대의 표어는 “아무리 건강하고 정상적인 국민이라도 지금 살이 찐다면 비애국자다”라는 것이었다. 전시배급제도가 도입된 상황에서 많이 먹어 뚱뚱한 사람은 졸지에 사회적인 비판의 대상이 된 것이다. 단순한 살빼기가 애국이라는 이데올로기로 둔갑하면서 다이어트는 전 미국적인 상황이 된 것이다. 

 

 

 

사실 19세기 후반까지만 해도 서구인들에게는 마른 몸에 대한 공포가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결핵 때문이다. 결핵의 대표적인 증세 중 하나가 체중감소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무렵, 결핵균이 처음으로 발견되고 치료제도 개발되면서 이제 몸이 말라도 걱정할 것 없이 더욱 다이어트에 매진할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런 여러 상황 속에서 19세기 말에 비로소 다이어트라는 단어의 사용이 일반화 되었다. 그리고 각 잡지와 신문에 다이어트 관련 기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되었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 칼로리와 비타민, 영양소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지금까지 활용되는 가장 핵심적인 다이어트 법이 이때에 만들어졌다. 즉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라는 것이다. 이후 이를 기본으로 한 온갖 기발한 다이어트 방법들이 쏟아져 나왔느데, 이 중에는 별 도움이 안 되거나 오히려 몸을 해치는 다이어트들도 많았다. 20세기 초중반 할리우드 여성 스타들이 주로 했던 ‘흡연 다이어트,’ ‘도움을 주소서 하나님, 악마는 내가 뚱뚱해지길 바랍니다’와 같은 책을 베스트셀러로 만들었던 ‘기도 다이어트,’ 로큰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가 했던 ‘잠자는 숲 속의 공주 다이어트’ 등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도 했다. 

 

smoking diet
과거 할리우드 스타들에게 흡연 다이어트가 유행했다.

 

어쨌든 이런 식으로 지금까지 나온 다이어트 방법만 1백년간 3만여 건이나 된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지금까지 해온 다이어트가 별 소용이 없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끊임없이 다이어트를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이어트의 역사’라는 책을 보면 다이어트란 단어에는 ‘하루에 필요한 정량의 음식’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인간은 모든 동물 중 유일하게 필요한 음식 이상을 먹는 동물이다. 더구나 지금처럼 맛있는 것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먹는 것을 자제한다는 것 자체가 고문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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