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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l opinion

촉법소년, 강력한 처벌만이 답일까?

by 1972 trist 2022. 4. 22.

 

최근 ‘소년범죄’ 사건들이 점점 더 증가하고 있으며 그 성격이 대담해지고 있다. 그래서 소년범죄가 터질 때 마다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데, 우리가 소년범죄에 분노를 느끼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 죄질이 성인 범죄 이상으로 잔혹한 것에 반해 처벌은 너무나도 약하고, 가해자들은 법제와 수사기관, 또는 피해자를 조롱 한다는 것이다. 

 

영화 소년심판의 한 장면
영화 소년심판의 한 장면

 

소년범죄의 잔혹한 사건이 ‘대서특필’ 될 때마다 ‘촉법소년’ 제도를 폐지하라는 청원이 빗발치고, 이런 여론에 정치계 역시 반응을 해왔다. 국회에서는 촉법소년의 연령을 하향 조정하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고, 대선 후보들 역시 비슷한 공약을 걸 정도로 소년범죄는 우리 사회에 심각한 문제로 자리 잡고 있다.   

 

나이에 따른 소년범죄의 처벌을 보면, 미성년자라고 다 같은 미성년자가 아니다. 이는 세 가지로 구분되는데, 10세밑으로는 ‘범법소년’이라고 한다. 이 범법소년의 경우 어떠한 짓을 해도 처벌을 받지 않는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니까 말이다. 다음으로 10~13세까지가 그 유명한 촉법소년이다. 이때부터는 ‘보호처분’이라는 것이 되는데, 이 보호처분 중에 제일 강력한 것이 소년원에 2년 동안 가는 대신, 형사처벌은 받지 않는 것이다. 결론은 교도소도 안 가고 전과 또한 남지 않아 그 덕분에 사회에 다시 복귀하기도 수월한 편이다. 

 

 

그리고 14세부터는 죄질이 가벼우면 보호처분을 받고, 중범죄다 싶으면 형사처벌까지도 가능하다. 그러므로 교도소에 갈 수 있고, 전과도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교도소에 가게 된다면 형량은 최대 15년까지이며 예외적으로 20년까지 가능하다. 여기서 특이한 점은 성인 교도소로 가는 것이 아닌, 소년 교도소로 간다는 점이다. 성인 교도소에 가서 어른들과 섞여봐야 못된 짓만 더 배우다 보니 분리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보호처분’이라는 것이 조금 생소하다. 이는 형사처벌에 비해 교화에 더 집중하는 제도이며 과거 잘못의 경중보다는 앞으로의 개선 가능성에 중점을 두고 재판도 하는 제도이다. 보호처분은 1호~10호까지 있고, 아이 상태에 적합한, 교정 효과가 있을만한 것으로 선택해 처분을 내린다. 그리고 보호처분 중에 밖에서 사회생활을 그대로 하면서 교육, 사회봉사 등 보호관찰을 받는 ‘비격리 보호처분’이라는 비교적 약한 처분도 있다.  

 

소년원 내부
소년원이 재사회화 과정을 통해 비행청소년의 건전한 성장을 도와 사회로 복귀시킨다는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격리되는 처분으로는 소년의료보호시설, 소년보호시설, 소년원 등이 있는데 소년의료보호시설은 약물 중독이나 신체적 정신적 질환이 있는 아이들이 가는 곳이고, 소년보호시설은 소년원보다는 좀 낫지만 갇혀서 생활하는 것은 똑같다. 그래서 처벌이 약한 것부터 나열을 해보면 비격리보호처분→소년보호시설→소년원→소년교도소 정도인데 이 시설들이 점점 처벌 보다는 교정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게 되면서 교육기관이나 직업훈련기관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러한 소년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된다는 ‘강경파’와 교화를 해야 된다는 ‘교화파’가 있는데, 먼저 강경파 입장을 보면 “소년법이 1953년에 제정되었으니 그때 아이들과 지금 아이들이 같은 아이들이냐”라는 것이다. 그때는 전쟁직후라 국민 모두가 가난할 때이고, 지금은 어느 정도 잘살게 되었으니 그만큼 교육 수준도 높아졌으며 정보를 얻는 것도 더 쉬워졌기 때문에 어려서, 몰라서라고 하기에는 아이들이 너무 조숙해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건들을 보면 대부분 계획적이고 성인범죄만큼 치밀하고 잔인해졌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나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처벌의 기준이 나이가 되면 안 된다,’ ‘나이보다도 죄의 경중에 따라서 차등을 둬야한다,’ ‘죄질이 가벼운 아이들은 교정을 하더라도 중범죄의 한해서는 엄벌이 필요하다,’ ‘교화를 하기에는 너무 늦은 경우도 있음을 인정하고 이들을 사회와 격리시켜야 된다,’ ‘교화라는 이상론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고통이 너무 심해지고 있다’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제일 큰 문제가 일탈과 범죄를 통해서 얻는 만족감에 비해 처벌이 주는 패널티가 너무 약하다는 것이다. 어차피 제대로 처벌도 받지 않으니까 무서울 것이 없고, 재판을 받을 때만 잠깐 반성하는 척하다가 돌아서면 수사기관과 피해자를 조롱하고, SNS에 영웅담이나 올리는 것이다. 아이들을 교정하고 보호한다는 그 제도가 허점이 많아서 아이들에게 악용을 당하고 있으며 정작 보호 받아야 할 선량한 아이들만 피해자로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영화 소년심판
영화 소년심판에서 재판을 받는 아이들

 

통계적으로도 촉법소년에 대한 송치 건수가 늘고 있다. 특히 강력범죄의 비율이 점점 더 늘고 있는 상황이다. 저출산으로 아이들은 점점 줄고 있는데 나쁜 짓하는 아이들은 늘고 있으니 이 원인을 강경파들은 처벌이 약해서라고 보는 것이고, 반대쪽인 교화파에서는 교정 시스템이 부족해서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송치 건은 증가하고 있는데 소년원 보호처분을 받는 아이들은 줄고 있는 것으로 보아 죄를 지은 아이들이 소년원까지는 잘 안 간다는 것이다. 

 

사실 보호처분 시설들이 수용 인원을 줄이고 있다. 이미 오래전에 정원을 초과한 상태니 말이다. 좁은 공간에 아이들이 바글 대니까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로 인해서 실제로 부산에서는 난동 사건이 있었다. 이러한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교정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꾸준히 과밀 문제가 지적되어 왔고, 이러한 의견들이 반영되어 인원을 줄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 확산이 우려 되다 보니 정원이 미달될 때까지 입소를 줄이고 있다. 문제는 그만큼 새로 들어갈 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보호처분 시설에 들어가야 하는 아이들이 자리가 없어서 다시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고 그래서 아이들이 처벌을 두려워하지 않고 마음대로 행동하고 있는 것이라는 의심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수용시설이 부족하면 이러한 시설을 보충해야 하는데 이것도 쉽지가 않다. 일단 범죄자를 위해서 세금을 사용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국민들을 설득하기가 힘들고 혐오 시설이다 보니 부지를 선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     

 

다음으로 반대인 교정파의 입장을 보면, 대부분 이방면의 전문가들은 엄벌주의를 경계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장 경험도 많고 통계도 많이 접하는 전문가들의 생각이 비슷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앞서 강경파가 처벌을 강화하자고 하는 이유는 다시는 나쁜 짓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처벌을 강화하게 되면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고 한다. 예를 들어 어떤 고등학생이 중범죄를 저질러서 20년이라는 중형을 살고 마흔 즈음에 출소를 했는데 직업 훈련은 안 되어있고 전과자에 나이도 많아서 취직이 안 되니까 경제 활동도 안 되고 그러다보니 사회적인 소속감조차 갖기 힘들어지고 몸도 마음도 갈 데가 없다. 이렇게 되면 다시 범죄에 빠지기 쉽다는 것이다.       

 

delinquent youth
범죄자라는 낙인이 한번 찍히면 거기서 빠져나오기 힘들다.

 

강력한 처벌이 오히려 더 많은 범죄를 만들고,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고, 치안은 무너지고 이렇게 사회적 비용이 커진다는 것이다. ‘낙인 이론’(labeling theory)이라는 것이 있는데 소년원 출신이라는 낙인이 한번 찍히게 되면 범죄자라는 정체성이 강해지면서 평생 나쁜 짓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하는 이론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년원 대신 ○○○학교로 이름을 바꾸기도 했다. 실제로 처벌 강도가 강력한 국가들도 강경책으로는 범죄율을 낮추는 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연구들이 나오고 있다. 

 

*낙인 이론- 일탈 행동에 관한 이론이며, 1960년대에 시카고 학파에 속한 하워드 S. 베커 (Howard S. Becker)에 의해 제창된 것이다. 지금까지의 일탈 행동을 단순한 사회 병리 현상으로 다뤄 온 방식과는 구별을 분명히 해, 일탈이라는 것은 행위자의 내적 특성이 아니라, 주위로부터의 낙인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반대로 뉴질랜드의 사례를 보면 교화 프로그램을 강화한 시점부터 소년범죄가 줄어드는 효과를 봤다고 한다. 이러한 교화 프로그램이 가해자를 위한 세금 낭비인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치안과 국민의 안전을 위한 투자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리고 이 교정이 중요한 이유는 아이들이 성인들 보다 교화가 더 잘 된다는 것이다. 특히 여러 가지 뇌과학 연구들을 보면 어릴 때는 아직 뇌가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개인차에 따라 도덕적 판단이 어려울 수 있다. 그만큼 강력하게 처벌을 하기에도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또 아직 머리가 덜 자랐기 때문에 교육을 하면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만약 이러한 골든타임에 교정과정을 거치지 못한다면 진짜로 성인 범죄자로 진화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들을 근거로 해서 유럽에서 관련법들이 만들어지고 우리나라 또한 이것을 참고해서 소년법을 만든 것이다. 촉법소년 기준도 ‘UN 아동권리협약’이 권고하는 수준이다. 

 

영화 소년심판의 촉법소년
영화 소년심판의 촉법소년

 

여기서 강경파의 이러한 반론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교정의 성과가 겨우 이정도 냐,” “범죄는 늘고 재범률은 줄지 않고 있지 않느냐” 그런데 여기에 대한 전문가들의 대답은 아직까지 우리는 제대로 된 노력도 해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호처분 중에 4호나 5호를 받으면 보호관찰관이 아이를 전적으로 관리하게 되는데 이 보호관찰관의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호관찰관 혼자서 100명 이상의 아이들을 담당한다고 하니 말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제대로 된 관리를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렇게 관리가 안 되니 재범을 막기 어려운 것이다. 

 

이처럼 아이들의 교화를 위한 투자가 열악한데 성과만 바란다면 그것은 도둑놈의 심보일 것이다. 그래서 먼저 적극적인 문제해결과 노력을 해보고 나서 강경책을 얘기하는 것이 순서에 맞지 않을까하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교화가 가능하다고 보는 이유가 또 있는 것이 아이들이 처음부터 나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가정에 어떠한 결핍이 존재하는데, 주로 방치나 학대가 원인이 되고 있으며 통계적으로 볼 때도 결손 가정이나 저소득층에서 비행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한다. 

 

 

사실 결손 가정이나 저소득층이라서 그런 것은 아니고 가정의 기능만 잘 돌아간다면 아이들의 비행 가능성은 크게 줄어든다. 핵심은 아이들이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했을 때 문제 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실제로 소년범죄는 부모님들이 재판에 참석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연락을 해도 버린 자식이니 연락하지 말라는 식으로 나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렇게 사고가 터져도 부모가 책임을 회피할 정도면 평소에도 무책임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아이가 가정 폭력을 당하다 버티지 못하고 가출을 했다면 가장먼저 경제적인 문제에 봉착하게 되는데 아르바이트도 부모의 동의가 있어야 하니 불가하고, 그럼 돈을 구할 수는 방법은 범죄밖에 없다. 실제로 소년범죄 중에서 재산관련 범죄가 가장 많다. 그러다 가출한 아이들끼리 모이면 서로 범죄 수법을 학습하게 된다. 특히 아이들은 나쁜 짓을 혼자 하는 것이 아닌, 무리지어서 하게 되고 통계적으로도 단독 범죄보다는 공범이 있는 경우가 많다.  

 

인천 소년범
인천 초등생 여아 살인사건의 주범인 김모(16)양은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반면 공범 박양(18)은 소년법이 적용되지 않아 무기징역형을 받았다.

 

또 ‘헬퍼’라는 것을 이용해 가출한 아이들에게 접근해서 재워주는 대신 나쁜 짓을 시키거나 요구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것을 보고 있으면 진짜 어른들이 문제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러한 어른들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의 잘못에 모든 책임을 지우는 것은 문제가 있다. 어른들도 책임을 분담해야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의 책임도 강화하고, 국가에서도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비행의 원인이 가정의 결핍에 있다면 이 결핍을 해결하면 교화가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런 사례들이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소년범, 즉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 보다는 교정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은 알겠는데, 그런데 사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바로 피해자에 대한 보장과 회복이다. 이는 가장 중요한데 가장 미흡한 부분이기도 하다. 이제는 초점이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에 맞춰져야 한다는 얘기들을 전문가들은 오랫동안 해왔다. 우리가 제일 분노하는 포인트도 가해자들은 나가서 신분 세탁하고 잘 사는데 피해자 가족들은 일상이 이미 무너져버렸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보상이나 합의금 또한 받기도 어렵고 말이다. 

 

 

반대로 합의를 하고 싶지 않은데 가해자 측이 합의를 종용하면서 상처를 들쑤시는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피해자의 무너진 삶을 정상 궤도로 돌려놓을 수 있도록 국가차원으로 나서서 보호해주고, 합의금도 대신해서 받아주고 추가로 적극적으로 보장을 해줘야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이 말하고 있는 내용인데, 사실 여기서 얘기한 모든 것들이 결국 돈 문제로 귀결된다. 

 

시설을 늘리고, 인력도 늘리고, 피해자에게 보상하고, 이렇게 우리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돈(세금)이 필요한데 솔직히 먹고 사는 문제가 시급한 어른들에게는 아이들 문제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피해자나 그 가족만큼 간절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고, 자극적인 사건이 터질 때나 잠시 관심을 보일 뿐이고 그 관심마저도 가해자에 대한 처벌에만 집중이 되어 있다. 

 

무관심한 어른들은 아이들의 상처를 방치하고 있다. 국가의 미래는 아이들한테 있는데 우리는 이 아이들이라는 미래에 충분히 투자하고 있는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아무래도 이 투자로 절약할 수 있는 사회적 비용보다 당장의 투자금이 아까운 것이 현실인 것 같다. 아이들이 바르게 자라려면 훈육과 사랑이 모두 필요하다. 경제 규모 10위에 들어간 한국이 돈이 아까워서 훈육도 안 되고 사랑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진지하게 고민해 볼 문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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