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주제가 있는데, 바로 우크라이나 ‘친일국가’ 논란이다. 우크라이나가 한국의 호의를 무시하고 독도를 다케시마로 그리고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고 있기 때문에 친일국가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어디까지나 악의적인 의도가 다분한 조작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아예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약 213만 명의 회원이 있는 우크라이나 교육기관인 ‘프세오스비타’(VSEOSVITA)에서 다케시마라는 표현을 사용 중이라고 하는데, 하지만 우크라이나 정부는 단 한 번도 다케시마라는 표현을 공식적으로 사용한 적이 없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독도에 대한 관심이 없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그래서 우크라이나는 독도를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표기인 ‘리앙쿠르 암초’로 표기하고 있다.
즉 우크라이나의 정부가 아닌, 한 교육기관에서 독도를 다케시마로 표기해 발생한 하나의 해프닝이라고 볼 수 있다. 이를 더 쉽게 말하면, 국내에서 공무원 시험으로 유명한 ‘에듀윌’의 회원수가 약 380만 명이다. 이 에듀윌이 분명 훌륭한 교육기관이기는 하나 에듀윌의 교육 자료를 대한민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나 국론으로 생각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시 말해 우크라이나의 일개 교육사이트 하나가 다케시마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는 것으로 우크라이나를 ‘친일국가’라고 몰수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우리나라 국민이 그리스와 터키의 영토분쟁인 ‘키프로스 분쟁’이나 소말릴란드와 소말리아 사이의 영토분쟁에 관심이 없듯이 우크라이나 또한 동방에서 벌어지고 있는 영토 분쟁에 관심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정리하자면, 우크라이나는 의도적으로 친일을 하며 한국을 무시한 적이 없다. 하지만 이런 명백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우크라이나가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한다며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반대로 우크라이나가 정말 친일이라서 ‘동해’라는 표기를 사용하지 않는 것일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는 통계로도 확실히 확인이 가능한데, 2016년 국회의 조사에 따르면 OECD 국가 중 교과서에 독도를 단독표기한 나라는 이스라엘 단 하나뿐이다. ‘동해’ 역시 마찬가지다. 오직 터키만이 동해를 동해로 표기하고 있으며 대다수의 국가들은 동해를 일본해와 함께 표기하거나 일본해로 표기하고 있다. 여기에는 그럴만한 사연이 있다. 일단은 대다수의 지명이 20세기 초반에 확정되었다는 것이다. 지명은 대항해시대가 시작된 16~18세기까지 계속되었던 지리적 발견에 맞춰 정해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제국주의 국가들이 자리 잡은 20세기 초반 무렵에는 사실상 전 세계의 거의 모든 지역의 지명이 확정 되었다. 그런데 20세기 초에는 일본이 한국을 식민지배 중이었으니, 이로 인해 세계 각국에 일본해라는 명칭이 일반명사로 퍼졌는데, 그래서 우크라이나도 일본해라는 잘못된 명칭을 사용하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친일 논란은 어디까지나 우리나라 국민들을 호도하기 위한 악의적인 해프닝에 불과한 것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이러한 사실에도 친일 논란을 계속 주장하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한국이 우크라이나 의 지명을 우크라이나 언어로 바꿔 불러주고 우크라이나에 막대한 원조를 했는데, 이를 저버리고 일본의 편을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냉정한 국제사회의 룰에 따라 강자인 러시아의 편에 들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이 역시 문제가 있다. 우선 한국이 우크라이나식 표기를 사용하는 것은 분명 우크라이나 측에서 고마워해야할 얘기는 맞으나,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막대한 원조를 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현재 한국은 선진국 또는 군사 강국으로 분류되는 민주국가 중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가장 적게 하는 나라다. 그 이유는 러시아와 깊게 연결된 우호관계를 고려한 선택인데, 반면 일본은 쿠릴 열도 등 여러 문제로 러시아와 대립이 심한 이유로 매우 적극적으로 우크라이나를 돕고 있으며 이미 상당량의 물자가 우크라이나에 전달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가 한일관계에서 공식적으로 일본을 지지한 적은 아직까지는 없다.
그러나 얼마 전 우크라이나 정부의 트위터에서 발생한 사건이 하나 있는데, 우크라이나 정부가 트위터에 파시즘, 나치즘의 상징으로 무솔리니 그리고 히틀러와 함께 쇼와 천왕의 사진이 나란히 들어간 동영상을 올렸다가 일본의 항의가 거세지자 쇼와 천왕의 사진을 동영상에서 삭제하고 일본에 사과한 일이 있다. 사실 이 영상은 지난 4월1일에 트위터에 올라온 영상인데, 일본에는 뒤늦게 알려졌다. 이후 일본 외무성은 우크라이나 정부에 삭제를 요청하며 항의했고 영상은 바로 수정 되었다.
지난 4월24일에 수정되어 다시 올라온 영상에서는 쇼와 천왕의 사진만 삭제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러한 오류를 저지른 것을 마음으로부터 사과한다. 우호적인 일본을 화나게 할 생각은 없었다.”라며 일본 측에 사과했다. 이 해프닝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한편의 블랙 코미디를 보고 있는 느낌이다. 일본과 나치가 동맹이었다는 것은 명백한 역사적 사실이다. 당시 유럽에 독일의 나치가 있었다면 아시아에는 일본이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일본은 이와 같은 역사적 사실을 얘기하면 매우 불편해 한다.
그런데 왜 우크라이나는 일본의 항의에 천왕의 사진을 내리고 사과까지 했을까? 이제 필자는 우크라이나를 옹호해줄 명분이 더 이상 없다. 왜냐하면 이러한 우크라이나의 행동은 역사를 부정하는 모습으로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도 지금까지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보여주었던 행동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우크라이나는 사진을 내리지도 사과도 하지 말았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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