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유소 가기가 무서울 정도로 기름값이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다. 그런데 사실 이러한 기름값 걱정은 오늘날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20년 전인 2003년, 이라크전 발발 위기 등으로 유가가 계속 오르던 시기에 한줄기 빛과 같은 존재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세녹스’(Cenox), 세녹스는 솔벤트 60%와 톨루엔 30%, 메탄올 10%가 혼합된 일종의 대체 휘발유였는데 2001년, 환경부로부터 연료 첨가제로 공식 인정을 받으면서 판매되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1% 정도 넣는 첨가제와는 달리 세녹스는 휘발유에 최대 40%까지 혼합이 가능해 기름값을 꽤나 아낄 수 있었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매우 인기가 좋았다. 이렇게 세녹스의 인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자, 가장 먼저 울상이 된 것은 일반 주유소였다.
세녹스가 이렇게 저렴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세금 때문이었는데 세녹스의 생산 원가는 휘발유보다 비쌌지만 첨가제로 분류되어 각종 세금이 붙는 휘발유보다 저렴할 수 있었다. 그러자 석유협회와 주유소협회는 세녹스 판매를 중지해달라며 나섰다. 산업자원부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환경부와 달리 세녹스를 첨가제가 아닌 가짜 휘발유로 규정해 세녹스의 원료 공급을 차단하고 제조회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국세청 또한 세녹스를 유사 휘발유로보고 제조사 측에 세금을 부과했다.
법정 공방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경찰도 세녹스 판매 단속에 나섰는데 하지만 세녹스의 인기는 식을 줄 몰랐고 대리점이 소매상들에게 협박을 받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사실 세녹스 논란의 핵심은 세녹스를 첨가제로 볼지 자동차 연료로 볼 지에 달려있다. 그전까지 법에는 첨가제의 품질기준만 있었지 그 양을 어느 정도까지 인정할 것인지 명확한 기준이 없었기 때문에 환경부는 세녹스를 첨가제로 산업자원부는 세녹스를 불법 제품으로 규정해 부처 간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음으로써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결국 정부는 뒤늦게 첨가제 비율을 소량이 아닌 1%로 명시해 대기환경보전법 등을 개정했지만 이미 세녹스 논쟁은 한참 진행된 뒤였다. 그런데 2003년 11월, 세녹스에 대해서 법원이 정상적인 석유제품이라고 손을 들어 주었다. 이렇게 세녹스는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게 된다. 이유는 재판부가 세녹스를 석유품질검사소 등에 품질감정을 의뢰한 결과 기존 휘발유와 별다른 차이점이 없는 것으로 나타난 만큼 가짜 휘발유로 볼 수 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후 세녹스 측은 다시 판매를 시작하려 했지만 산업자원부는 단속 방침을 끝까지 굽히지 않았으며 이런 논란 속에 소비자는 매우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2004년 8월 판결은 다시 뒤집히게 된다. 세녹스가 2심에서는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인데 그 이유는 세녹스가 다목적 첨가제나 휘발유 품질기준 모두 대체적으로 충족시키기는 하지만 알코올 성분으로 인해 자동차 연료장치를 부식시킬 수 있고 포름알데히드와 같은 유해 물질을 배출해 정상적인 연료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고 또한 이를 유사석유로 보지 않을 경우 휘발유에 부과되는 교통세를 거둘 수 없어 결과적으로 탈세를 낳기 때문이라고 재판부는 지적했다.
결국 세녹스 제조사의 사장과 본부장이 각각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으며 세녹스는 더 이상 국내에서 볼 수 없게 되었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주유소에 990원 표시가 있으면 일부는 세녹스 재고, 일부는 가짜 세녹스를 유통하던 곳이었으나 현재는 굉장히 음지로 들어가 몰래 제조하는 공장을 직접 알거나 하지 않는 한 구할 수 없다. 고유가 시대 속에서 벌어졌던 웃지 못할 가짜 휘발유 논쟁, 요즘 따라 그 당시 그 시절 세녹스가 떠오르는 것은 모두 이 감당하기 어려운 기름값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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