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7일 밤 10시, 중국 상하이시는 감염자 수가 늘어나는데도 도시 봉쇄는 없다고 수차례 공언하다가 예고도 없이 상하이 도심을 동서로 나눠 봉쇄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후 지금까지 도시 대부분의 지역에서 봉쇄가 계속되고 있으며 이 봉쇄가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중국 당국은 무려 76일간 도시 전체를 봉쇄했던 우한의 경우보다 나름대로 유연한 접근법을 선택한 것이지만 공안이 무소불위의 힘을 휘두르는 중국에서 외출금지 명령을 어겼다가는 두들겨 맞기 일쑤다. 상하이의 한 임대아파트 단지에서 주민들이 집단 시위를 벌였는데 이유는 당국이 단지 내 11개동을 코로나19 감염자 격리시설로 지정했다며 퇴거 엄명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에 주민들이 울부짖으며 무릎을 꿇고 퇴거 명령 취소를 호소했지만 방역복을 입은 공안들은 폭력으로 이들을 제압했다.
이 광경을 지켜보다 격분한 다른 주민들이 쏟아져 나와 나중에는 시위군중이 1,800명까지 늘어났다. 이런 반말은 상하이라는 도시의 특수성과도 관련이 있다. 중국 북부에 정치와 군사의 수도로서 베이징이 있다면 중국 남부에는 경제 수도로서 상하이가 있다. 상하이 사람들은 역사적으로 외부와 교류, 교역 경험도 많아서 훨씬 개방적이고 문화적 자존심도 높은 편이다. 그러니 베이징 식 통제가 적용된 다른 도시들에 비해 반발도 더 크고, 정치적으로도 더 민감한 문제가 되는 것이다.
팬데믹 초기만 해도 중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일상을 되찾는 나라가 될 것처럼 보였다. 실제 2021년 9월까지만 해도 중국은 누적 확진자로는 우리나라의 절반, 누적 사망자로는 우리나라의 2배 수준이었던 것이다. 이는 중국의 엄청난 인구, 그리고 코로나19 최초 발생국임을 감안한다면 상당히 우수한 성적이었다고 할 수 있는데 중국 14억 인구 중 단 한 건의 코로나 발생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제로 코로나 정책’의 시행 때문이다. 이 제로 코로나 정책의 가장 큰 특징은 ‘지역봉쇄’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은 아예 도시 전체를 봉쇄하는 엄청난 스케일을 가지고 있으며 3월 중순 지린성에서는 2,410만명 주민 전체에 대해서 성 내외 이동을 전면 금지시키기도 했다.
중국이 제로 코로나를 고집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첫 번째, 중국은 시노백, 시노팜 등 자국의 제약사들이 제조한 백신만을 사용하는데 화이자, 모더나 등의 mRNA 백신보다 감염 예방율이 많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른바 ‘물백신’ 논란까지 있었으니 말이다. 지난해 말 홍콩대학이 공개 한 연구에 따르면, 화이자 백신 접종자 25명 가운데 5명이 오미크론을 막아냈지만, 시노백 백신 접종자 25명은 전원이 감염을 피하지 못했다고 한다.
두 번째, 중국은 중증 환자가 치료받을 수 있는 중환자 집중치료실(ICU) 병상이 부족하며 이는 우리나라의 절반, 미국의 ⅓ 수준이다. 그래서 가장 부유한 도시라는 상하이에서도 다른 병을 앓는 환자가 병원에 가지 못해 숨지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최근 수년간 중국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올해(2022년) 10월쯤 열릴 ‘중국공산당 제20차 당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을 잡음 없이 관철시키는 일일 것이다. 3연임은 중국 지도부에서 이어져온 수십 년의 관행을 깨고 ‘개헌을 통한 장기집권’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 황제 즉위식’에 비유되며 많은 논란을 낳았다. 시진핑 3연임에 순조로운 확정을 위해 지금까지 각종 선전을 강화하고 반발여론은 검열로 무력화시켜 왔는데 ‘즉위식’에 해당하는 정치행사를 6개월 앞두고 다시 코로나가 창궐하는 상황을 중국 공산당이 감당하기는 힘들 것이다.
최고 지도자인 시진핑의 뜻이 ‘버티면 이긴다’ 또는 ‘제로 코로나 실현’이다보니 상하이뿐만 아니라 주변 대도시 지역이 돌아가며 봉쇄에 시달리는 것이다. 공산당에게는 방역은 곧 정치인 셈이다. 다른 나라의 경험과 바이러스의 과학을 살펴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자고 말했던 전문가들은 각종 압력과 심지어 매국노라는 비난까지 받고 입을 닫아야만 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장원훙’이다. 장원훙은 중국 내 유명한 보건 전문가로 그는 지난해 7월 29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을 촉구하는 글을 올렸다가 수많은 중국인들이 그를 “미국이 키운 개”라며 비난했다. 결국 장원훙은 20일 만에 ‘현재 정책이 적합하다’고 자신의 주장을 꺾고야 말았다.
지금까지도 중국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기원이 미국 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산 바이러스가 중국으로 옮겨져 우한에서 첫 확산이 보고되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코로나를 중국인들의 애국적 투쟁으로 제압해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확진자와 사망자를 기록했고 그러면서 경제 성장까지도 이루었다는 것이다. 사실 일선 도시들의 잇따른 봉쇄령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제 성장률은 올해 1분기 4.8%를 기록했다. 그 자체로는 그리 나쁘지 않은 성적이지만, 문제는 1분기 성장의 대부분 1,2월에 달성한 것이고, 경제 도시들에서 코로나가 빠르게 확산하며 난리를 겪은 3월의 경제 성적이 상당히 나쁘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생산해내는 공업제품이 없으면 미국 등 세계 여러 나라들은 물가를 낮출 수가 없기 때문에 국내 금융시장에도 상당한 충격이 예상된다. 물가가 안 잡히면 미국은 금리를 더 빨리 많이 올려야 할 것이고, 그러면 우리나라도 따라서 금리를 더 올려야하는 압력을 받게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금리를 올리면 이미 빚을 많이 끌어 집을 샀거나 생계자금으로 쓰고 있는 사람들,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동안 대출로 연명해온 자영업자들이 감당하기 힘들어 질 것이다. 이렇듯 중국의 코로나 장기화가 우리 경제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의 세계적인 확산은 몇 차례 변곡점을 맞았다. 대표적인 것이 백신의 등장, 그리고 오미크론 변이의 등장이다. 서구 국가들은 백신을 접종하기 시작하면서 비교적 우리보다 빨리 통제를 완화했고, 경제와 사회활동을 정상화 했다. 오미크론은 전염성이 너무 강해서 결국 확진자 증가세가 정점을 지나야 진성된다는 사실을 여러 국가가 경험했다. 반면 중국은 끝이 보이지 않는 고강도 봉쇄 정책에 주민들의 반발이 심해지는 상황 속에서도 제로 코로나라는 기조를 수정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상하이에 이어 1,200km 넘게 떨어진 정치와 권력의 중심의 도시인 베이징에서까지 다시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다. 베이징 시민들은 언제 갑작스레 일어날지 모르는 봉쇄에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는 먹거리를 중심으로 사재기를 하고 있는 상황을 보면 중국의 제1의 도시 베이징이 제로 코로나 정책에 떨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제로 코로나 기조를 올 10월 중국공산당 당대회까지는 유지할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이 예상하고 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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