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하지만 지구에는 인간만이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이 지구를 함께 사용하는 1,500만 종 이상의 생물 중 하나일 뿐이다. 따지고 보면 이 모든 생명체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한 종의 생존은 다른 종의 생존과 직결되는데, 이것이 생태계라는 것이다.
그러니 지구 생태계를 위해 각자 맡은 역할을 수행 중인 모든 종과 모든 생명체는 똑같이 소중하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녀석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2008년 영국 런던의 ‘왕립지리학회’에서 이 분야의 권위자들이 모여 어떤 것이 가장 중요한 종인가를 토론했다. 우선 하나만 없어도 인류가 위태로워지는 대체 불가능한 생물 5가지는 영장류, 균류, 박쥐, 플랑크톤, 꿀벌이 그들이다.
첫 번째, ‘영장류’는 원숭이를 비롯해 침팬지, 고릴라, 오랑우탄, 긴팔원숭이 등 지능적인 유인원을 말한다. 이들은 주로 열대와 아열대의 숲에서 살고 있다. 이곳에서 과일 등을 따먹고 배설을 통해 씨를 퍼뜨려 울창한 산림을 유지시켜 준다. 그리고 나뭇가지를 부러뜨려 빽빽한 밀림 안으로 햇볕이 들어오게 해준다. 한마디로 영장류는 ‘열대 숲의 정원사’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이 없다면 열대 숲도 없다. 그렇게 되면 산소도 깨끗한 물도 지구의 기후 조절 기능도 잃게 되므로 지구의 모든 생명체들은 즉각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될 것이다.
두 번째로 중요한 생물은 인간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균류’다. 쉽게 말하면 곰팡인데, 이 하잘 것 없어 보이는 균류는 요즘 식물, 동물과 함께 ‘균물’이라고 불리며 3대 고등생물로 대접받고 있다. 곰팡이는 한마디로 ‘자연의 청소부’라고 할 수 있다. 웬만한 가로수 한 그루가 만들어내는 낙엽이 연간 100kg나 된다고 한다. 만약 이 균류가 낙엽을 분해하지 않아서 그대로 쌓이기만 한다면 순식간에 사람도 자동차도 다니기가 무척 불편할 것이다.
게다가 새똥이나 동물의 똥이 그대로 뒹굴기만 하고, 수백만 년간 동물과 인간의 사체가 썩지 않고 그대로 있다면 상상도 하기 싫을 정도로 끔찍할 것이다. 지구가 쓰레기장이 안 된 것은 순전히 균류, 즉 곰팡이 덕이다. 곰팡이가 이들을 분해해 계속해서 자리를 비워준 덕분에 새로운 생명체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는 것이다. 거기에 수많은 식품을 발효시키기까지 하니 곰팡이가 없다면 우리는 된장이나 치즈, 초콜릿, 포도주, 커피도 즐길 수 없게 될 것이다.
세 번째 생물인 ‘박쥐’는 그 생김새나 음습한 동굴에서 산다는 점 때문에 원래부터 혐오스러운 동물 취급을 받아왔다. 그리고 최근에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퍼뜨려 완전 밉상으로 낙인이 찍혀버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박쥐를 없애버리면 진짜 큰일이 일어난다. 특히 벌레나 곤충을 싫어한다면 더욱이나 박쥐를 사랑해야 한다. 왜냐하면 박쥐가 ‘천연살충제’이기 때문이다. 하루에 약 3,000마리 정도의 벌레를 잡아먹으며 곤충의 개체수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박쥐가 없다면 우리가 사는 도시는 모기떼와 나방떼로 뒤덮이는 끔찍한 광경을 맞게 될 것이다. 게다가 박쥐가 잡아먹는 곤충은 대부분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해충들이다. 그렇지 않아도 농작물의 20%가 매년 해충으로 사라진다. 그리고 박쥐가 없다면 당장 식량부족 사태가 벌어질 것이다. 박쥐가 일을 하지 않으면 망고나 코코넛, 바나나 같은 열대과일도 없다. 열대 과일은 대부분 밤에 꽃이 핀다. 밤에 활동을 하지 않는 벌을 대신해서 화분 매개체 역할을 하는 것은 야행성 동물인 박쥐뿐이다. 그래서 우리 인간들이 열대과일을 먹을 수 있는 것은 전적으로 박쥐 덕분이다.
바이러스 때문에라도 박쥐는 이 지구상에 반드시 있어야 한다. 박쥐는 ‘바이러스의 저장고’라고 생각하면 쉽다. 박쥐는 코로나를 포함해 무려 130종이 넘는 바이러스를 갖고 있다. 그럼에도 바이러스에 아무 문제가 없도록 진화되어 온 것이다. 그럼 박쥐가 멸종되면 이 많은 바이러스들은 다른 숙주를 찾아 나서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인간은 더 이상 지구에서 살아갈 수 없을 것이다. 즉 박쥐가 없어지면 인간은 더 많은 바이러스에 직면해야하니 인간에게 훨씬 더 치명적이라는 의미가 된다.
지구에서 대체 불가능한 생물 네 번째는 ‘플랑크톤’이다. 바다를 떠다니는 부유생물로 우리말로는 ‘떠살이 생물’이라고도 한다. 누구나 다 아는 것처럼 플랑크톤은 수많은 바다 생명체의 기초적인 먹이며, 작은 새우에서부터 거대한 고래까지 바다의 먹이 피라미드에서 그 하부를 든든히 받쳐주는 것이 바로 플랑크톤이다. 만약 플랑크톤이 소멸한다면 바다 생태계는 바로 파괴될 것이고, 우리 식탁에 생선이 오르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것 말고도 플랑크톤이 지구 생태계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에 필요한 산소다. 많은 사람들이 산소는 대부분 나무가 만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사실 그렇지 않다. 우리가 사용하는 산소의 절반은 식물성 플랑크톤이 만든다. 바다 표면에 살면서 광합성 작용을 하여 막대한 산소를 뿜어내고 이산화탄소의 절반은 없애 준다. 이렇게 나무 못지않게 식물성 플랑크톤은 지구의 허파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굳이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오래전 해저에 가라앉아 축적된 어마어마한 양의 플랑크톤은 지금 석유가 되어 우리의 산업을 움직이고 있으니 인간에겐 고마운 일이지만, 이로 인한 이산화탄소의 발생으로 지구 생태계에는 본의 아닌 해를 끼치고 있다는 점이다.
마지막 다섯 번째로 세계 최고의 꽃가루 매개자인 꿀벌이다. 참석자들의 투표를 통해 플랑크톤을 제치고 지구상의 완소 생물 1위에 오른 녀석이다. 그만큼 꿀벌이 생태계에 끼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꿀벌의 중요성은 아인슈타인의 한마디에 모두 담겨 있다. “벌이 사라지면 4년 안에 인간도 사라진다” BBC 보도에 의하면 꿀벌이 없으면 마트에서 파는 식재료의 절반이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인간이 먹는 100대 농작물 중 70%가 꿀벌의 수분에 의해 생산되고 있다고 한다.
당근, 양파, 아몬드, 복숭아, 아보카도, 살구 등은 100% 꿀벌의 수분에 의존하니 이것부터 제일 먼저 없어질 것이다. 카놀라, 코코넛, 아몬드, 참깨에서 나오는 고소한 기름과도 작별해야 한다. 식물이 주성분인 수많은 의약품도 마찬가지다. 꿀벌이 없으면 대다수의 식물이 열매를 맺지 못해 사라지게 될 것이고 이는 초식동물의 대규모 멸종을 가져와 세계적인 기아 사태를 불러올 것이다. 거기에 지구 전역의 사막화 같은 생태계 붕괴를 가져와 결국엔 인간의 생존 자체를 장담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재앙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런데 정말 심각한 것은 이게 머지않아 현실이 될지 모른다는 점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의 2017년 보고에 따르면 이미 야생벌 2만종 가운데 40%인 8천종이 멸종위기이라고 한다. 살충제, 매연, 전자파, 이상기후 등으로 꿀벌이 무더기로 사라지는 것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적인 현상이다. 이 때문에 과학자들은 오는 2035년쯤에 꿀벌이 완전 멸종할지도 모른다고 걱정하고 있다. 이 대체 불가능한 다른 종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무분별한 사냥 등으로 영장류의 위기는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다. 과학자들은 현 추세라면 50년 내에 60%가 멸종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쥐 역시 지구상의 1천 1백종 가운데 20%가 멸종을 눈앞에 두고 있다. 흔해 빠진 것 같은 식물 플랑크톤도 과학 전문지 ‘네이처’의 발표에 따르면 1950년 이후 40%가 감소했다고 하며, 그 속도가 기후변화에 의한 해수면 온도 상승 속도와 일치한다고 하니 이것 역시 인재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지구 생태계의 인간은 어떤 존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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