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전쟁이 후반기로 들어서면서 현재 가장 커다란 이슈이자 변수로 보이고 있는 것이 바로 ‘국제 의용군’이다. 수적으로 열 세 하면서도 서방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당국은 공개적으로 국제 의용군 참여를 요청했고, 그러자 러시아는 시리아와 아프리카로부터 오랜 내전으로 전쟁에 이골이 난 끔찍한 무법자들을 자국 의용군으로 끌어들이며 앞으로 이 전쟁이 더욱 잔인하게 변하게 될 것을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해군 특수전전단'(UDT/SEAL) '이근' 전 대위가 국가의 경고에도 불고하고 우크라이나로 출국하면서 많은 이슈가 되고 있으며, 현재 우크라이나에 가 있는 한국인 의용군의 수는 대략 20~40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들 중 두 명이 최근 자신들이 현지에 도착해 지난 며칠간 직접 경험했던 끔찍한 전쟁터의 상황을 알리는 소식이 최근 전해지고 있다.
현지에서 진행된 그 두 명의 한국인 의용군과의 인터뷰에서 그들은 이 곳이 만화나 영화가 아닌, 바로 옆에서 폭발로 사람의 팔과 다리가 날아가고, 화염에 살점이 타는 것을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게 되는 곳이라며 실제 전장의 상황을 전했는데, 얼마 전에도 러시아군이 30발의 미사일을 발사해 폴란드 인근의 ‘야보리우’ 훈련소에서도 수 십 명이 사망했다며 자신도 그때 파편을 맞아 부상을 입었지만 다행히 같은 소대에 있던 폴란드 병사의 도움으로 간신히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고 전하며 이곳은 말 그대로 비극 그 자체라고 표현했다.
이것 외에도 현재 세계 각국에서 참전한 국제 의용군들의 이야기가 속속 전해지고 있는데, 그중에서 프랑스의 일간지 ‘르몽드’ 는 얼마 전 국제 의용군으로 우크라이나전쟁에 참전했다가 다시 귀국한 올해 57세 ‘알랭 베이젤’의 인터뷰 내용을 공개했다. 베이젤은 지난 3월12일 우크라이나에 들어갔다가 그 전쟁의 참상과 공포를 견디지 못하고 우크라이나에 입국한지 채 3일도 못되어 곧바로 프랑스로 귀국했다고 한다.
그는 가족과 친지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을 결심하고 3월12일 다른 국제 의용군들과 합류한 후 전쟁이 끝날 때까지 복무하겠다는 서약서에 서명했다. 그리고 첫날이 지난 다음날 새벽에 일어나 숙소 밖으로 잠깐 나갔는데, 그때 갑자기 주변이 크게 흔들리며 순간 귀가 멍해질 정도의 커다란 폭발음이 사방을 가득 메웠다고 한다.
바로 러시아군의 미사일 폭격이 시작된 것이었다. 약 1시간에 걸쳐 총 10발의 미사일이 국제 의용군 집결지를 폭격하면서 무기고가 폭발하고, 엄청난 불길이 하늘로 솟구치며 어두운 새벽이었는데도 대낮처럼 주변을 밝혔고, 동료들은 모두 잠옷 차림으로 숙소에서 나와 폭격을 피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후 폭격이 잠잠해지자, 대략 50대로 보이는 어느 영국인 의용군이 모두를 앞에 나서서 하는 말이, “다들 이곳 상황이 영화와는 다르게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이제 이해했으리라고 판단된다. 다시 집으로 돌아갈 사람은 지금 돌아가야 한다.”라고 말하며 포기 희망자는 손을 들라고 했는데, 그러자 50명 정도가 손을 들며 앞으로 나왔고, 이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베이젤 역시 그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인터뷰에서 포기하게 된 이유가 단순히 그날의 폭격으로 인한 공포심 때문만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는데, 당시 훈련소에는 약 400명의 국제 의용군들이 있었지만 무기가 부족해서 그중 소총을 지급받은 사람은 대략 60여명정도밖에 되지 않았다며 무기도 탄약도 없는 상태로 전쟁을 치를 기본적인 준비조차 안 된 그곳에 남아있는 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라고 판단되어 포기를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참고로 베이젤은 영화제작 일을 하는 사람으로 군사훈련경험이 전혀 없어서 소총을 다루는 방법조차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는 포기 의사를 밝힌 후 곧 베이젤과 다른 포기를 결정한 50여명의 사람들은 버스를 타고 훈련소를 빠져 나왔는데, 그들이 그곳을 빠져나온 지 대략 10분정도 지나자 러시아군의 미사일 폭격이 다시 시작되었고, 이후 보도에 따르면 그날 그 현장에서 총 180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막 그곳에 도착한 국제 의용군들 중 절반 가까이가 러시아의 미사일 폭격으로 목숨을 잃은 것이다. 실제로 베이젤도 그곳에 남아 있기로 했다면 그 180명 중 1명에 포함될 수도 있었던 상황일 수 있었다. 이런 러시아군의 폭격은 그냥 마구잡이로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이 아닌, 대부분이 철저히 계산되어 수십 km 밖에서 발사한 순항 미사일들이라고 한다.
CNN의 보도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의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3월14일 공식 보도를 통해 현재 우크라이나 영토에 들어와 있는 국제 의용군들에게 러시아는 절대로 자비를 베풀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하는 등 국제 의용군 참전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으며, 국제 의용군들의 위치 및 동양과 관련한 아주 자세한 정보들을 이미 확보하고 있어, 위의 베이젤이 있었던 부대가 미사일 공격을 받은 것처럼 정확히 어디에 무기고가 있고, 행정동은 어느 건물이며 병사들의 숙소 또한 어디인지 정확히 알고 타격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우크라이나에 국제 의용군으로 참전했다가 베이젤처럼 귀국을 결정한 영국인 ‘매튜 로빈슨’은 현재 이곳에 참전한 국제 의용군들은 몹시 위험한 상황이고, 특히 우크라이나 당국이 제대로 된 국제 의용군 운용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며, 언어가 달라 서로 의사소통도 안 되는 상황에다 베이젤의 경우처럼 군사훈련도 전혀 안된 사람들이 곧바로 최전선으로 보내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우크라이나를 도우려는 생각으로 이곳에 온 것은 대단한 일이지만 결과적으로 현재 이들은 그냥 총알받이 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우크라이나를 돕고 싶은 그 의도야 충분히 공감이 가지만, 아무리 군대를 다녀왔고, 총기를 다룰 줄 안다고 하더라도 훈련과 실제 전쟁은 너무도 다르며, 또 기본적인 전투 준비나 시스템조차 갖추지 않은 채 국제 의용군을 모집하고 있는 우크라이나군의 현재 상황을 고려해볼 때, 이것이 국제 의용군의 의미 없는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너무도 크다. 집에 있는 가족들을 생각해서라도 아직도 현지에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한국인 의용군들은 하루 빨리 귀국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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