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의 경제제재 때문에 러시아가 속이 타들어가고 있는 와중에 중국이 의도치 않게 러시아를 골치 아프게 하고 있는데, 바로 서방세계 부자들의 전유물 철갑상어의 알인 ‘캐비어’(Caviar) 때문이다. 사실 이 캐비어 시장은 원래 러시아가 꽉 잡고 있었다.
러시아는 ‘카스피해산’ 철갑상어 캐비어를 금수저로 살짝 떠먹는 ‘사치의 향연’으로 포장하면서 그만큼 가격도 매우 비싸게 받아왔다. 이렇게 러시아는 그동안 캐비어 생산을 독점하면서 폭리를 취해왔는데, 이제는 중국 때문에 더 이상 불가능하게 되었다. 중국에서 캐비어를 대량 생산하는데 성공했고, 거품 투성이었던 캐비어 가격을 바닥으로 끌어 내린 것인데, 최근 중국 포털 여기저기에 “하늘 높은 줄 모르던 캐비어 가격이 왜 중국에서는 배추값이 되었나?”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그 이유는 중국에서 철갑상어를 양식하면서 고품질 캐비어를 대량 생산하는데 성공하다보니, 값비싼 캐비어 가격이 대폭 떨어진 것이다. 전통적으로 중국인들은 사실 캐비어를 즐겨 먹지 않는다.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인데, 이런 중국이 어떻게 세계 최대의 캐비어 수출국이 되었을까? 그 시작은 199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학자들은 철갑상어 양식에 대한 연구개발을 확대했고, 양식에 성공하기까지 약 10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중국인들은 캐비어가 아닌, 철갑상어 고기에만 관심이 있었다. 혁신은 저장성 취저우에 위치한 한 철갑상어 양식장에서 일어나는데, 양식장 주인은 1998년부터 철갑상어를 키워서 판매하다가, 2년 만에 철갑상어 양식장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철갑상어의 가격이 폭락하고 말았다. 그래서 양식장 주인은 캐비어로 눈을 돌렸는데, 헝가리 기술자들에게 철갑상어의 암수 식별 기술을 배우고, 이란으로 건너가 캐비어 전문 가공업자에게 가공기술도 습득한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판로 개척’이었는데, 초고가 식재료인 캐비어를 일면식도 없던 신생업체에게, 그것도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라고 찍힌 제품을 사주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러나 이 업자는 대범하게도 독일 ‘루프트한자’ 항공이 1등석 캐비어 공급업체 모집 공고를 내자, 입찰에 참여했다. 그러나 바로 문전박대를 당하고, 공개입찰에 재도전했지만 계속해서 입찰에 떨어지기 일쑤였다.
그러나 계속된 실패도 꾸준히 재도전한 중국 업체는, 루프트한자의 기존 공급업체인 이탈리아 회사의 공급 중단으로 진행된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마침내 최고점을 받게 된다. 이제는 이 양식장이 루프트한자 유일의 캐비어 공급업체가 된 것이다. 2019년 발표된 ‘중국 철갑상어 산업발전 보고서’를 보면 중국 내 철갑상어 양식장은 20개 정도로 많은 편인데, 전 세계 철갑상어 양식장의 절반을 중국이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캐비어 생산량은 2006년 0.7톤에서 2019년 139.8톤으로 눈에 띄게 급증했다. 오늘날 세계 캐비어의 35%가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중국은 10개 품종의 철갑상어를 사육하고, 인공 번식할 수 있는 기술도 갖고 있다. 캐비아 중에서도 명품으로 불리는 ‘알마스 캐비어’(Almas Caviar)는 2003년 유럽 경매장에서 1.8kg 통조림이 약 2만5천 유로, 한화 약 3,362만원에 낙찰되었다. 이렇게 일반인들은 냄새조차 맡을 수 없었던 고가의 식재료였던 캐비어 가격이 중국 철갑상어 양식업자 덕분에 이제는 정말 배추값이 되어버린 것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2018년 11월 미국에 수입된 캐비어는 1kg당 평균 276.24달러, 한화 약 33만6000원에 판매되었다. 이는 1년 전보다 약 13%, 2012년 보다 절반 가까이 떨어진 가격이다. 너도나도 철갑상어를 잡아들이는 통에 2000년 멸종 위기 동식물에 야생 철갑상어가 포함되면서 잡는 것이 금지되자, 그 무렵 양식 기술을 연구해 섭렵한 중국이 세계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던 것이다.
90년대까지만 해도 세계 시장의 80%를 차지하던 러시아산 캐비어, 그러나 중국에게 세계 최고의 자리를 빼앗기고, 캐비어 가격마저 폭락한 지금, 가뜩이나 경제제재 때문에 속이 타들어가는 러시아 입장에서는 정말 답답하기만 할 것이다.
'Knowledge & useful information'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국을 위해 총을 든 미스 우크라이나, 아나스타샤 레나. (0) | 2022.04.11 |
---|---|
포스트 오미크론, 이제 곧 엔데믹(endemic)이 온다! (0) | 2022.04.11 |
현재 일본 내에서 확산되고 있는 러시아의 일본 침공설! (0) | 2022.04.10 |
식용유를 주유하고 하늘을 나르는 비행기! (0) | 2022.04.10 |
학생 확진자는 중간-기말고사 볼 수 있을까?! (0) | 2022.04.0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