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의 동력으로 주목받는 선박용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을 위해 한국에서 구축 중인 다목적 소형원자로 ‘아라’(ARA)의 건설 계획이 공개되었다. 그런데 외신에서는 한국의 이 같은 선박용 원자로 기술개발 선언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고 한다.
뉴욕 타임스에서 한국의 이번 소형모듈원자로 개발 선언을 두고 “한국이 오랫동안 품어온 핵추진 잠수함 개발에 꿈을 실현하기 위한, 사실상의 핵무장 선언”이라고 보도한 것이다. 그것을 시작으로 다양한 외신에서 한국의 이번 핵무장 선언을 대서특필했는데 특히 일본 언론에서는 “한국의 핵무장이 가지는 명분이 부족하다”라며 이를 반대하는 논조의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에서는 “한국은 대양해군이 아니기 때문에 핵잠수함 같은 고급 무기체계는 필요 없다”라며 아시아-태평양 안보구상에서 한국이 가지는 위치를 잊지 말라는 기사를 기고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한국이 핵무장을 할 명분이 부족하다는 일본 언론의 주장은 말도 안 되는 주장이다.
우선 전 세계에서 핵무기가 필요한 국가를 헤아린다면, 그 첫 번째에 해당하는 국가가 한국이라고 할 수 있다. 마치 연례행사처럼 핵실험을 자행하며 핵탄두 보유 능력을 과시하는 북한의 존재 자체가 강력한 명분인 셈이다. 더불어, 최근 불거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나날이 늘어가는 중국의 팽창 야욕에 함께 대응하기를 미국이 공식적으로 요청한 점도 있다.
실제로 지난 정부에서 외교안보 전문가로 활동했던 문정인 특보의 증언에 따르면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국의 핵잠수함 보유를 권했다고 한다. 비록 당시 핵잠수함 엔진 기술 공유와 핵연료 공유 요청은 거절했지만 한국이 핵잠수함을 보유하는 것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에 따라 정부는 한국의 핵잠수함 보유를 현실화하기 위해 미국의 승인이 떨어진 지난 2018년부터 핵잠수함 연구소 설립에 박차를 가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지난 수십 년간 우려했던 ‘동아시아 핵 도미노 현상’이 가시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등 우려의 뜻을 내비쳤는데 그들의 우려를 마치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한국의 핵잠수함 보유 추진 소식에 일본이 특단의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한다. “일본은 핵탄두 6000개분의 플루토늄을 보유해 기술적으로 2개월 내 핵무장이 가능하다” 시드니 대학 국제안보연구센터 피터 헤이슨 교수가 동북아시아 핵 도미노에 대응할 목적의 국제 세미나에서 이와 같이 주장했다.
그만큼 일본은 이전부터 의지만 있다면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는 잠재적 핵보유국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일본이 최근 자국의 핵연료 사용을 제한하는 법률인 ‘원자력사용기본법’을 개정해 핵연료의 사용 범주에 ‘국가안전보장’이라는 항목을 긴급히 추가했다. 외교가에서는 이것이 최근 있었던 한국의 핵무장 선언에 대해 일본 정부가 준비했다던 특단의 조치라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한국만 핵보유국이 되면 동북아에서 일본만 동떨어져 심각한 고립에 처하기 때문에 주저 없이 일본 핵개발을 위한 기초를 마련한 것인데 이로 인해 일본은 미국과의 첨예한 갈등상태에 돌입했다고 한다. 미국은 최근 1988년에 미국과 일본 사이에 체결되었던 ‘미-일원자력협정’을 준수하라는 내용의 서한을 전달하면서 일본의 핵 야욕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그런데 이 서한을 받은 일본 정부는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도 ‘한-미원자력협정’으로 핵연료의 군사적 사용이 제한되어 있을 텐데 어째서 일본의 핵무기 보유만이 금지 되어야 하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한-미원자력협정으로 한국의 핵연료 활용 범주가 제한된 것은 사실이지만 일본과 달리 한국의 경우 협정에 명시된 핵무기의 범주에서 엔진과 같은 운반 및 추진수단이 제외되어 언제든 핵잠수함 개발이 가능하다. 결국 일본은 한국-일본이 각각 미국과 맺은 조약의 차이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섣불리 한국을 따라하려 하다가 호되게 치도곤을 당한 셈이다.
※치도곤(治盜棍)-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곤장 형벌이며 곤장 중에서도 도적을 다스리는 곤장이다.
이번 한국의 핵잠수함 보유 선언이 동아시아의 미칠 파급력은 대단하다. 특히 일본에게는 그 의미가 크게 다가오는데 핵잠수함이 가지는 전략적 가치가 해양국가인 일본을 저격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핵잠수함은 그 특징상 매우 조용하며 한번 잠수하면 최대 3개월 동안 들키지 않은 채 항해 할 수가 있다.
따라서 한국이 핵잠수함을 보유하게 된다면 일본의 군함은 자신의 영해에서조차 한국 핵잠수함의 위협에 시달릴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4월, 한국 언론은 잠수함 탄도 미사일 발사 시스템(SLBM)의 개발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전한 바 있는데, 만약 한국이 이 기술까지 함께 적용해 핵잠수함을 개발하게 된다면 일본은 유사시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발사된 한국군의 탄도미사일에 노출되는 상황을 맞게 될지도 모르는 것이다.
이처럼 한국의 핵잠수함 보유 결정으로 한국과의 군사력 경쟁에서 일방적으로 열세에 놓이게 된 일본, 한-미-일 상호방위조약으로 간접적이나마 묶여 있어 한국의 군비증강을 그저 용인해야만 하는 입장에 놓인 일본이 내릴 선택의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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