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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 가격인상으로 시작된 카자흐스탄의 시위.

by 1972 trist 2022. 1. 12.

2022년 새해가 되었지만 러시아주변 국가들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작년에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문제였는데 이번에는 카자흐스탄에 문제가 발생했다. 

bloodshed in Kazakhstan
카자흐스탄 정부군이 시위대와 대치하고있는 모습 (이밎 출처 - BBC)

지난 2022년 1월 2일부터 발생한 카자흐스탄의 시위는 1991년 소련이 붕괴되고 카자흐스탄이 독립한 후 발생한 최대 규모의 시위라고 할 수 있다. 카자흐스탄의 2대 대통령인 ‘카심 조마르트 토카예프’는 시위대를 살인자 또는 테러리스트로 지정하고 조준 사살을 명령했는데 이것 때문에 현재 유혈사태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카자흐스탄의 1대 대통령이었던 ‘누루술탄 나자르바예프’는 1991년부터 2019년까지 약 28년 동안 대통령 직에 있었던 카자흐스탄의 독재자였다. 카자흐스탄은 텅스텐 매장량이 세계 1위, 우라늄 매장량이 세계 2위, 천연가스 매장량이 세계 7위, 석유 매장량이 세계 12위, 금, 은, 구리, 석탄 같은 자원도 아주 많이 가지고 있어 독립 이후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많은 발전 가능성이 있는 나라였다. 

 

누루술탄 나자르바예프는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지만 그가 집권하던 때부터 지금까지 국민들 간의 빈부격차는 계속 심해져만 갔다. 현재 카자흐스탄의 인구는 약 1900만 명 정도 되는데 세계 4대 회계법인 중 하나인 KPMG의 보고서에 따르면 카자흐스탄의 전체 부의 55%를 단 162명이 점유하고 있다고 한다. 그 나라가 얼마나 청렴한지를 전문가들을 통해 조사에 수치화한 것을 ‘부패인식지수’(CPI)라고 하는데 순위가 낮을수록 더 부패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카자흐스탄의 부패인식지수는 180개국 중 94위에 위치하고 있다. 잠깐 우리나라의 얘기를 하자면 우리나라의 부패인식지수는 180개국 중 33위로 그리 자랑할 만은 못되지만 카자흐스탄에 비하면 훨씬 나은 편이다.   

 

여튼, 누루술탄 나자르바예프는 2019년 고령의 이유로 대통령 직에서 사임했지만 안전보장회의 의장과 여당 대표직은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대통령은 따로 있지만 사실상 카자흐스탄의 최고 권력자인 것은 여전했다. 이렇게 빈부 격차가 심해지는 상황 속에서 코로나까지 겹치며 연간 물가 상승률이 9%를 기록해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참고로 현재 한국의 연간 물가 상승률은 2.5%이다.

 

카자흐스탄의 화폐를 ‘텡게’(tenge)라고 하는데 카자흐스탄에서 코로나 이전 LPG의 가격은 리터당 38텡게(한화 약 100원정도)였다. 그러다 이것이 50텡게가 되었고, 80텡게를 거쳐 120텡게(한화 약 330원, 그래도 한국보다는 매우 저렴하다)로 올리는 결정을 2022년에 하게 되었는데 카자흐스탄은 가솔린이나 디젤보다 저렴하다는 이유로 LPG자동차가 큰 인기라고 한다. 

 

카자흐스탄의 화폐인 '텡게'

안 그래도 물가가 올라 불만인 상태에서 LPG의 가격까지 오르니 그동안 참아왔던 국민들의 분노가 결국 폭발해 시위가 일어나게 된 것이다. 시위가 처음 열린 곳은 ‘망기스타우 주’로 알려져 있는데 이번 시위가 일어나기 전 2020년에 이미 LPG 가격 인상 반대 시위가 한차례 있었다고 한다. 

 

2022년 1월 2일 망기스타우 주를 중심으로 시위가 시작되었고, 이들은 LPG가격 인하뿐만 아니라 독재로 이어지고 있는 정치 문제도 비판하고 나섰다. 1월 3일까지는 경찰 병력이 시위에 개입하지 않았지만, 1월 4일 시위대의 규모가 커질 조짐이 보이자 불법 집회로 규정되어 경찰 병력이 투입되었다. 하지만 극에 달한 국민들의 분노를 쉽게 가라앉힐 수 없었고 결국 LPG의 가격을 50텡게로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시위대 1차 목표는 달성됐지만 아직 정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그래서 시위대가 해산하지 않자 카자흐스탄 정부는 인터넷과 전화를 끊어 서로 간 통신이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2020년, 전 세계 비트코인 중 약 67%는 중국에서 채굴되었다. 하지만 중국에서 비트코인에 대한 부정적인 정책이 나오고 채굴을 금지시키자 점점 채굴 점유율이 줄어들다가 2021년 7월에는 0%를 기록하게 되었다. 이제 비트코인은 중국에서 더 이상 채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중국에 있던 비트코인 채굴업자들은 다른 나라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는데 미국으로 가거나 중국과 가까운 나라인 카자흐스탄으로 이동했다. 

 

이렇게 되면서 미국의 채굴량이 약 35%, 카자흐스탄의 채굴량이 약 18%를 차지하게 되었다. 그런데 2022년 카자흐스탄에서 시위가 일어나 정부에서 인터넷을 끊어버리는 바람에 비트코인 채굴도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 2022년 1월 2일 기준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했는데 이것은 카자흐스탄 시위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 

 

Bitcoin Mining in China
중국의 비트코인 채굴기 

1월 5일 최루탄을 사용하면서 시위대를 해산시키려 했지만 다른 지역에도 시위가 번지면서 결국 전 대통령이었던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가 모든 공직에서 사퇴했다. 다음날인 1월 6일에도 시위의 열기가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자칫 잘못하면 내전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생기게 되었다. 

 

과거 소련의 공화국이었던 나라들끼리 무언가 문제가 생겼을 때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하자고 만든 단체가 ‘집단안보 조약기구’(CSTO)이다. 러시아,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이렇게 6개의 국가가 공식 회원국인데 카자흐스탄은 시위대의 규모가 점점 커지자 집단안보 조약기구에 도움을 요청하게 된다. 이것으로 러시아를 포함한 집단안보 조약기구의 회원국들의 군대가 카자흐스탄에 들어오게 되었다. 

 

1월 7일 사법기관, 구치소, 방송국이 시위대에게 공격당하고 카자흐스탄 군인 2명이 참수 당하는 일이 있었는데 카심 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은 시위대에 외부 무장 세력이 참여했다고 판단해 TV 연설을 통해 살인자와 협상할 수 없다고 말하며 시위대에게 경고 없이 발포하는 것을 승인하게 된다. 

 

이것으로 당일에만 시위대의 26명이 사망하게 되었다. 그리고 1월 9일까지 총 6000명의 시위대가 체포되었으며 160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망하고 말았다. 러시아군의 투입으로 시위는 조금 잦아든 것으로 보이며 토카예프 대통령은 테러리스트들과의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선언을 하게 된다. 시위대가 무장한 군인들을 상대하는 것은 힘들기 때문에 이번 시위는 이렇게 마무리 되지 않을까 하고 추측하고 있는데 카자흐스탄 내부에서 일어난 일을 외부세력의 도움을 받아 해결하려고 했다는 것 때문에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도 비판을 받고 있다. 

 

현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대치중인데 일부 러시아 언론에서는 러시아의 시선을 카자흐스탄으로 돌리기 위해 미국이 시위를 선동한 것이 아니냐는 말도 안 되는 기사를 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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